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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장근로 계산, 일별 합산 아닌 주40시간 초과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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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근무시간 등 각 업체의 고용 조건이 적힌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정부는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지난 3월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근무시간 등 각 업체의 고용 조건이 적힌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정부는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주 최대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1주일 연장근로 시간이 ‘12시간’을 초과했는지 따질 때 각 근무일마다의 연장근로 시간을 단순 합계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1주일간 총 근로 시간에서 1주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뺀 수치가 12시간 이내면 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하루 20시간 이상 근무도 가능해져 대법원이 과로사 등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집중근로 우회로를 뚫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7일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ㄱ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ㄱ씨는 2014~2016년 동안 연장근로 한도를 총 130회 초과해 일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2심은 ㄱ씨 혐의를 일부 유죄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의 쟁점은 ‘당사자 간 합의 시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근로기준법 문구의 ‘12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였다.

1·2심 재판부는 법정 근로시간(1일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그날의 연장근로’로 보고, 이를 모두 더한 값을 ‘그 주의 연장근로 시간’으로 봤다. 이 값이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동일한 계산법이다. 고용부는 2018년 5월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에서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아도 1일 연장근로의 합산이 1주에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1주일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할 때 1주 총 근로시간 중 1주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만큼을 1주 연장근로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1주 단위로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때의 ‘연장근로’란 (법정 근로시간 관련 규정인) 50조 1항(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에서 말하는 ‘1주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법정 근로시간도 ‘1주 기준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연장 근로시간의 한계도 특별한 별도 규정이 없는 한 ‘1주 기준 법정 근로시간의 초과분’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는 뜻이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하루 15시간·주 3일 근무자의 경우, 1주 총 근로시간이 45시간이기 때문에 연장근로는 5시간(45-40시간)에 불과해 법 위반이 아니다. 반면 고용노동부와 1·2심 셈법에 따르면 근무일마다 7시간(15-8시간)씩 3차례 연장근무가 발생해 ‘1주간 연장근로 21시간’이 돼 위법하다.

대법원의 해석은 ‘하루 단위의 집중 근로’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면 24시간씩, 주 2일 근무도 가능해진다. 노동자가 24시간 회사에 머무를 경우 법적 휴게시간 2시간 30분을 뺀 21시간 30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주 2일 근무라면 1주일간 총 근로시간은 43시간이라 연장근로는 3시간(43시간-40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기존 해석대로라면 근로일마다 연장근로가 13시간 30분이라, 1주일 총 연장근로 시간이 27시간에 달해 원칙상 불법이다.

그동안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합의를 통해 ‘탄력 근무제’를 도입하거나,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이용해야 했다. 주기적으로 특정 시기에 업무량이 증가한다거나 일시적으로 재난이나 사고 수습이 필요할 때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연장근로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제어장치였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런 제어장치를 우회해 집중근로를 할 수 있는 길을 뚫어준 셈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시가 ‘연장근로 수당 계산’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연장근로 수당을 계산할 때는 개별 근무일의 연장근로 시간의 합계에 맞춰 지급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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