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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말 받아썼나”…‘화석연료 퇴출’ 사라진 COP28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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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어린이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에 난입해 ‘화석연...

인도의 어린이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에 난입해 ‘화석연료를 중단하라.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지켜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시위를 하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꼽혀온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공동선언문에서 최종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대신 ‘소비와 생산 축소’(reduce)라는 물타기된 문구로 합의문 초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요구를 받아쓰기 한 문안”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제28차 당사국총회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각) 공개한 ‘전지구적이행점검(GST) 합의문’ 초안을 보니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줄인다’(reducing·감소)는 것을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당사국들이 취해야 할 8가지 촉구 사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가지 촉구 사항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가와 에너지 효율 2배 개선 △배출가스 저감 없는(unabated) 석탄화력발전의 폐기와 신규허가 제한 △원자력이나 탄소포집, 저탄소 수소 같은 화석연료 대체 노력의 가속화 △2030년까지 메탄 배출 대폭 감축 △도로 운송에서 배출량 감축 가속화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등이 포함됐다.

전지구적이행점검 합의문은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 계획(NDC)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점검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당사국들이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조처 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합의문이 최종 채택된다면 해당 내용들은 12일 최종 발표될 당사국총회 공동선언문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21쪽으로 구성된 이 합의문 초안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거센 반발 속에 애초 예정된 일정보다 10시간이나 늦게 공개됐다. 이런 진통을 입증이나 하듯 초안에는 석탄과 석유, 가스를 포괄하는 ‘화석연료’란 표현이 당사국총회 사상 처음 포함되긴 했으나, 유럽연합(EU)과 기후변화 취약국 등 80여개국이 요구해온 ‘퇴출’ 대신 ‘감소’(줄인다)란 문구가 포함됐다. 당사국총회의 최종 합의문이 198개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만큼, 합의 불발 사태를 막기 위해 물타기한 것으로 비쳐졌다.

이런 초안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전세계 약 30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하르지트 신 글로벌 정치전략 책임자는 “(당사국들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명확한 표현 대신 ‘소비와 생산을 줄인다’는 막연한 약속을 택했다”며 “화석연료 산업의 로비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운동가로 활동 중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오펙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며 “이번 총회는 완전히 실패 일보 직전”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유럽연합 협상위원인 에이먼 라이언 아일랜드 환경부 장관은 이날 “초안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의 결렬은 세계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겠지만 유럽연합이 협상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기용 기자 , 두바이/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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