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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의 봄’ 본 뒤 현충원 찾은 시민들 “잊히면 안 되는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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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편안해도 돼, 내 동생.” 12·12 군사반란 44주기인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정선엽 병장의 묘역을 찾은 둘째 누나 정영임(74)씨가 “이제 명예가 좀 회복된...

“이제 편안해도 돼, 내 동생.”

12·12 군사반란 44주기인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정선엽 병장의 묘역을 찾은 둘째 누나 정영임(74)씨가 “이제 명예가 좀 회복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정 병장은 1977년 7월 입대해 국방부 헌병으로 복무하다 1979년 12월13일 새벽 육군본부 지하벙커에서 반란군의 총탄에 숨졌다. 43년간 순직자였던 정 병장은 지난해 전사자로 인정돼 이제 그의 묘비 뒤에는 ‘전사’라고 적혀 있다.

최근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를 끌면서 이날 현충원에는 당시 사태로 숨진 정 병장과 박윤관 상병, 김오랑 중령 등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화 관람을 계기로 현충원을 찾았다는 서울 반포고 학생 유준재(18)군은 “실제 와보니 추모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누나 정씨는 “당시에는 빨갱이라며 장례식장도 늦게 차려줬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다시 대접 받는다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며 “(선엽이) 너는 착하니까 이런 날도 온다고, 그러니 다음에 만나서 꼭 얘기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광주 북구 동신고에선 정 병장의 총동문회가 주최한 첫 추모 행사가 열렸다. 한래진 동신고 교장은 “수능시험을 마친 3학년 학생들이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하며 짧은 등장이었지만 자랑스러운 선배의 모습을 봤다”며 “유가족분들의 슬픔에 어떤 위로의 말씀도 부족하겠지만 후배들은 정 병장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 병장 친구인 정형윤씨는 “고인은 지난해 12월 전사자로 인정받았지만,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되고 나서야 역사적 재조명을 받게 됐다”며 “참 군인 정신을 실천한 정선엽에게 훈장 추서와 추모비 건립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선 군사반란 때 정병주 육군특수전사령관을 지키다 희생된 김오랑 중령의 추모제가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 중령은 영화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극 중 오진호 소령의 실재 인물이다.

‘김오랑 중령 흉상 건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유인석 활천동 주민자치회 고문은 “주민들이 돈을 모아 흉상을 세우고 해마다 추도식을 열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눈물나게 고맙다. 김오랑 선배의 혼과 정의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중령 친구 배병희씨는 “김해농고에 다닐 때 오랑이 포함 친한 친구 7명이 평생 형제처럼 지내자며 칠형회를 만들었다. 올해로 우리 모두 여든살이 됐는데, 먼저 간 친구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그립다”라고 말했다.

극장가에는 12·12 군사반란이 벌어진 날짜에 맞춰 영화를 관람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 씨지브이(CGV) 극장에선 출연 배우들의 무대인사도 마련됐다.

상영 2시간 전부터 극장을 찾은 김영주(25)씨는 “영화를 보면 화날 것 같아서 그동안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늘 관람하는 건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응원하는 차원에서 일부러 날짜를 맞춰서 왔다”며 “작품도 매우 기대된다”고 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극장은 찾은 최신애(44)씨는 “야유회 겸 극장을 찾았다. 제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라 학교에서 배워서 알았는데, 배우면서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잊히면 안 되는 사건이다. 영화를 통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적의 라야민(22)은 김 중령을 연기한 정해인 배우에게 줄 꽃을 들고 극장을 찾았다. 라야민은 “한국어가 아직 미숙하지만, 교수님이 추천해주셔서 보려고 왔다”며 “저녁에 아는 언니와 한 번 더 관람할 예정”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김용희 기자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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