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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몰랐다”…안전 불감증이 ‘김용균 사건’ 무죄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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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과 관련해 원청의 사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는 ‘원청이 실질적인 사업주이므로 산업재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위반)’와 ‘사업주가 아니라 해도 ...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과 관련해 원청의 사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는 ‘원청이 실질적인 사업주이므로 산업재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위반)’와 ‘사업주가 아니라 해도 위험을 인식했으므로 주의의무가 있다(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는 두 갈래로 이뤄졌다. 7일 대법원이 사건 발생 5년 만에 내놓은 답은 ‘두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였다. “실질적으로 고용하지 않았고, 위험성도 몰랐다”는 원청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은 원청과 김씨 간 ‘실질적 고용관계’부터 인정하지 않았다. 운전원들의 업무교육 및 안전교육이 모두 하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됐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고용관계가 인정되어야 원청이 ‘사업주’ 지위를 갖게 되고,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1심 법원만 원청의 일부 간부와 원청 법인의 산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2심부터는 원청 대표이사와 간부, 원청 법인 모두 산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원청 대표이사의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되려면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1·2·3심 법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 조치인 설비 개선과 인력 증원이 (원청) 최고경영자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는 원청 최고경영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씨 사고 이전에도 태안화력발전소는 재해가 빈번하고 산재 피해자 대다수가 하청노동자였는데도, 법원이 원청 대표의 “몰랐다”는 변명을 인정한 것이다.

‘실질적 고용관계’가 인정되는 하청업체 대표이사에게도 산안법 위반 혐의는 끝내 인정되지 않았다. (하청 대표이사가) 사업소의 인사·노무·안전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사업소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운전원들의 작업 방식이나 위험성을 잘 몰랐다고 본 것이다. “(위험할 거라는 점을 알면서도) 고의로 안전조치 의무를 방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하청업체 대표이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일터의 안전 확보 실패로 노동자가 숨진 대표적인 사건이지만 산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건 하청 법인(벌금 1200만원)과 하청 소속 사업소장(징역 1년2개월, 집행유예 2년)이 전부다.

앞서 법원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구의역 김군’ 사고에서 원청인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대표이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김용균씨 사망으로 산안법이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되기 전의 일이다. 당시 법원은 “원청 대표이사는 하청업체를 만연히 신뢰할 것이 아니라 관리·감독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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