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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살상부역? 희생자 악마화하는 이옥남

Summary

“침략 전쟁시기에 적대세력 편에 가담해서 우리 양민 살해하거나 군경 살해한(경우를) ‘살상부역’이라고 하는데, 공식 용어는 아닐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이 위원회 내에서 논란 있을 뿐...

“침략 전쟁시기에 적대세력 편에 가담해서 우리 양민 살해하거나 군경 살해한(경우를) ‘살상부역’이라고 하는데, 공식 용어는 아닐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이 위원회 내에서 논란 있을 뿐이지 적법 절차 없이 희생된 민간인은 이견 없이 (진실규명) 처리하고 있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이옥남 상임위원이 6일 열린 진실화해위 출범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살상부역’이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

“민간인과 양민의 개념 차이를 모르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실화해위 기본법 제2조1항3호 ‘1945년 8월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의 기준에 따라 진실규명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이 상임위원에 따르면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들 중에 ‘군경과 양민을 살해한 사람’이 ‘살상부역자’다. 사람 죽인 부역자라는 뜻이다.

이옥남 상임위원은 아직도 왜 ‘양민’이 아니라 ‘민간인’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 했다. ‘양민’이라는 주관적 용어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을 다루는 차관급 상임위원이, 그것도 기자들을 불러모은 공식 석상에서 할 소리가 아니다. 진실화해위 기본법에 나오는 법적 용어는 ‘민간인’이며, 한국전쟁기 군경에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진실규명(희생자 확인)에서의 쟁점은 그가 민간인으로서 적법절차 없이 희생됐느냐 여부다. 그러나 “적법절차 없이 희생된 민간인은 진실규명 처리한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이에 모순되는 말들을 했다.

이 상임위원은 과거 유족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양민’과 비슷한 ‘순수한 희생자’ 운운하는 말을 해왔다. 부역자가 아닌 순수한 희생자에 대해서는 온전히 진실규명한다면서 희생자들을 갈라치기 해온 것이다. 기자간담회에서는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진실화해위 조사국의 한 조사관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살상부역’이라는 발언에 관해 “소름이 끼친다”고 한 마디로 말했다.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고 유족을 모욕함으로써 진실규명, 명예회복이라는 위원회의 역사적 임무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고 했다.

이 상임위원의 여러 이야기들을 연결지으면 10월31일 진실화해위 제65차 전체위원회에서 보류조처된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영천 사건)의 희생자 6명은 ‘살상부역자’에 해당한다. 이들 6명은 경찰 기록에 나온 ‘살인·약탈·방화’ 등의 기록 때문에 진실규명의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살상부역’이라는 말을 접한 김만덕 영천유족회장은 한겨레에 “얼토당토 않다. 이옥남 상임위원은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냐”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이 상임위원은 부역혐의자와 부역자의 차이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영천 등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진실규명과 관련한 보도를 할 때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의 상자로 설명을 해왔다. (아래 참조)

‘부역 혐의자’는 즉결처분 당한 희생자를, ‘부역자’는 법원 재판을 통해 부역 혐의가 확정된 주민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는 진실화해위가 정한 것이다. ‘부역자’라고 하려면 재판을 통한 부역 혐의 확정사실이 있어야 한다. 한데 재판 등으로 부역이 입증되지 않은 부역혐의자를 다시 ‘살상부역’이라는 딱지를 붙여 악마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옥남 상임위원이 누군가를 부역자로 단정하려면 영천경찰서의 대공인적위해자조사표 처형자 명부(1979)나 신원기록편람(1981)에 나오는 조악한 메모수준의 기록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통해 형이 집행됐음을 증명하는 수사기록이나 판결문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기록과 판결문이 없는데 어떻게 믿냐 ”고 묻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

이옥남 상임위원은 1기 진실화해위 조사관 출신이지만 한국전쟁 사건을 맡은 적이 없다. 공식석상에서 구사하는 언어로 볼 때 연구와 공부는커녕 기본적인 학습조차 되어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피해 유족에 공감하려는 태도조차 없다. 이런 이가 지금 한국전쟁 사건을 다루는 소위원회 위원장이자 차관급 상임위원 자리에 앉아 신개념까지 보탠 엉뚱한 소리를 하며 희생자와 유족을 끝없이 모욕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부역자’는 통상 1950년 인민군 점령기에 이들에게 협조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진실화해위에서 ‘부역 혐의자’는 즉결처분 당한 희생자를, ‘부역자’는 법원 재판을 통해 부역 혐의가 확정된 주민을 가리켜왔다. 부역자 처리지침을 만든다는 건 당시 재판도 받지 못하고 즉결처분 당한 ‘부역 혐의자’ 중 누가 ‘부역자’인지 진실화해위가 판정해 진실규명 여부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져 반발을 사왔다.

또한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좌익 전향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관변단체다. 군경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들이 인민군에 동조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 속에 이들을 조직적으로 학살했다. 10월31일 진실화해위 제65차 전체위에서 6명의 희생자가 진실규명 보류된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의 경우 부역혐의 희생이 아닌 사건 중에서 처음으로 희생자를 부역자로 판단하는 사례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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