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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살인=테러”…캐나다 법원, 20대 남성에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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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열린 페미사이드(Femicide) 규탄 시위에서 가면을 쓴 한 참가자가 여성 혐오적 범죄를 규탄하고, 이를 막기 위한...

2019년 12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열린 페미사이드(Femicide) 규탄 시위에서 가면을 쓴 한 참가자가 여성 혐오적 범죄를 규탄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다. 연합뉴스

캐나다 법원이 ‘여성 혐오’가 동기가 된 살인에 대해 이례적으로 ‘테러 혐의’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법원이 28일(현지시각) 살인·테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구잔 세르트(21)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캐나다에서 ‘여성 혐오 사건’에 테러 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르트는 17살이던 2020년 2월 토론토의 한 마사지숍에 찾아가 프론트 데스크에서 근무하던 여성 직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또다른 여성 직원게도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캐나다 검찰은 애초 그를 1급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지난해 7월 여성을 혐오하는 ‘인셀 사상’에 빠져 범행을 결행했다는 이유로 테러 혐의를 추가하라고 결정했다. 세르트는 범행 당시 미성년자로, 살인 혐의만 적용됐더라면 최대 10년형을 받는데 그쳤겠지만, 테러 혐의가 추가되면서 형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여성과 연애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남성’을 일컫는 영미권 신조어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등에선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현실을 사회와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체포 당시 세르트의 주머니에선 ‘인셀 혁명 만세’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그는 범행 직후 마사지숍 앞 도로에 누워있다가 경찰에 체포됐는데, 그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에는 여성을 비하하는 비속어와 함께 ‘살인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르트는 범행 전 수개월 동안 여성 혐오 사상과 관련한 동영상 등을 찾아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하일 악타르 판사는 이날 테러 혐의를 인정한 이유로 “(세르트가) 인셀 사상에 빠져, ‘인셀 집단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파하길 원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영상에 찍힌 범행은 (인셀) 사상의 해악을 보여준다”며 “살인이 아니라 도살이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젠더 기반의 범죄에 테러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셀 사상과 관련한 범죄로 110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최근 젠더 기반의 범죄가 우려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여혐 범죄가 증가하면서 멕시코 등에선 ‘페미사이드’(여성혐오 살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잇따르기도 했다. 그 결과, 최소 18개 국가에서 페미사이드에 대한 처벌법 신설 및 가중처벌 규정이 마련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성 혐오 등 혐오범죄에 대한 별도의 처벌법이 없다. 대법원의 양형기준표에도 강력범죄에 혐오 관련된 양형 기준이 없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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