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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중 거주지 방문이 ‘주거침입’?…헌재 “기소유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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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소송 중인 아내와 함께 지내던 집...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소송 중인 아내와 함께 지내던 집에 들어간 남편을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헌재는 지난 26일 주거침입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ㄱ씨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ㄱ씨는 아내와 2010년 결혼해 1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이어왔다. 오랜 기간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 생활을 했던 ㄱ씨는 2021년 6월 이혼 소송을 당했다. ㄱ씨는 8월 초 휴가를 내 며칠을 아내의 집에 머물기도 했지만 8월 중순에는 “집에 들어오지 말 것”을 요청받았다. 아내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를 이유로 들었다.

9월2일 다시 아내의 집을 찾은 ㄱ씨는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뒤의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고 이 역시 엄연한 공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ㄱ씨는 ‘피해자(아내)가 자신과 공동으로 거주하던 주택에 자신의 출입을 막을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피해자의 동의 없이 집에 들어갔다고 하여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사실상 평온을 해치지 않았는데도 검사는 주거침입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함으로써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ㄱ씨를 여전히 아내와 ‘공동 거주자’로 볼 수 있다며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집을 마련할 때 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ㄱ씨가 부담한 점, 이 집에 여전히 ㄱ씨의 짐이 보관돼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ㄱ씨는 이 집의 공동 거주자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애당초 아내가 ㄱ씨에게 “집에 들어오지 말 것”을 요구한 사정 역시 코로나19 자가격리에 따른 것이라 명시적인 출입 거부 의사였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ㄱ씨가 이 집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의 바탕이 된 피의사실은 ㄱ씨가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는 것인데, 비밀번호는 ㄱ씨가 공동 거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일 뿐 불법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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