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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8개국이 ‘A등급’…대한민국 인권위는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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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파리원칙 39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시작 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권위 제공 “국가인권기구는 정부가 건드리기 싫어하는 문제에...

23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파리원칙 39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시작 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권위 제공
“국가인권기구는 정부가 건드리기 싫어하는 문제에 손대야 합니다. 목소리가 없는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합니다.”

말레이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출신인 제럴드 조셉 포럼아시아 회장은 23일 인권위 콘퍼런스에서 “제한된 자원과 확장된 권한 속에서 국가인권기구가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공정한 위원 선출에 관해서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중요하다”며 “위원에 대한 방송청문회를 하는 나라도 있다”고 소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파리원칙 채택 30주년을 맞아 23일 주한유럽연합 대표부, 아·태지역 국가인권기구포럼(APF), 전국 광역지자체인권위협의회와 함께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인권기구와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를 주제로 연 국제콘퍼런스가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렸다.

파리원칙(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은 각국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의 토대가 된 규범이다. 국가인권기구의 권한과 독립성, 활동 방식을 정한 것으로 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국가인권기구대회에서 처음 논의된 뒤 이듬해인 1993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23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파리원칙 39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첫 순서인 ‘세션1-파리원칙 30주년, 국가인권기구의 역할과 발전 방향’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블라들렌 스테파노프 OHCHR 국가인권기구국 국장, 제랄드 조셉 포럼아시아 의장,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인권위 제공
이날 기조연설을 한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은 “파리원칙이 처음 논의될 당시만 해도 국가인권기구는 10개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전세계 120개 국가인권기구가 활동중일 정도로 폭발적 증가했다. 그만큼 어려움도 다양해졌다”며 “한국의 인권위는 에이(A)등급 인권기구이지만 아직 인사·조직·예산에 관해서는 다른 행정부처와 마찬가지로 소관부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독립성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다. 유엔 각 조약기구와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에서도 독립성 보장을 권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은 승인소위원회를 통해 국가인권기구의 파리원칙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심사하여 파리원칙을 완전히 준수해 A등급으로 평가된 국가인권기구는 유엔 등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 현재 88개국이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조직 및 인원 축소, 대통령 직속 기구로의 전환 위기, 위원 임명과정의 문제 등으로 인해 등급 보류를 받은 경험이 있다.

23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파리원칙 39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에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인권위 제공
23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파리원칙 39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에서 이강현 전국 광역지자체인권위원회협의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인권위 제공
23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파리원칙 39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인권위 제공
‘파리원칙 30주년, 국가인권기구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한 1세션의 사회를 맡은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30년 전인 1993년만 해도 냉전이 끝나고 인권담론이 냉전의 족쇄를 벗어나 제대로 해보자는 낙관적인 장미빛 분위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회색빛으로 가득차 있다”면서 “그러나 인권은 그런 환경에 대처하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국제분쟁 속에서 해당 국가의 인권위가 무력화되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내부 위원들의 막말·혐오발언 논란 속에서 인권위가 내홍을 겪는 중이다.

뉴질랜드 인권위원장을 역임함 로슬린 누난 인권컨설턴트는 “파리원칙은 각 국가인권기구에게 법률·운영·정책 및 자원 통제에 대한 독립성을 제1요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각국마다 국가인권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환멸과 집행력 부족에 대한 긴장감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들렌 스테파토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국가인권기구국 국장은 “30년이 지났으나 유엔 회원국의 60%에 여전히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기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 각국이 단호하고 신속하게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국가인권기구가 없는 국가에서는 유엔 지속가능발전계획의 주요 원칙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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