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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개발 지원한 ‘덜 달고 덜 짠’ 김밥·치킨 직접 먹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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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맛있는데요!” 23일 낮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브리핑실 곳곳에서 이런 탄성이 나왔습니다. 이날 기자 10여명은 김밥, 볶음밥, 치킨 등을 앞에 두고 바쁘게 젓...

“오, 맛있는데요!”

23일 낮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브리핑실 곳곳에서 이런 탄성이 나왔습니다. 이날 기자 10여명은 김밥, 볶음밥, 치킨 등을 앞에 두고 바쁘게 젓가락을 움직였습니다. 언뜻 평범한 식사처럼 보이지만, 이날 놓인 식품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개발 기술지원 사업’을 해 유사한 제품이나 해당 회사의 기존 제품 대비 나트륨이나 당류를 10∼66% 줄인 제품입니다. 식약처는 중소 식품제조·가공업체와 식품접객업소(프랜차이즈) 영업자에게 나트륨·당류 저감화 방법을 제공하고 전문가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밥 등 가공식품 11종과 치킨 등 조리 식품 7종이 시장에 출시됐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2020년부터 매해 찌개, 도시락, 샐러드드레싱 등 다양한 품목의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는 최근 가정 간편식 이용 증가 등을 고려해 김밥 등을 품목으로 선정했습니다.

식약처가 이런 사업을 하는 건 국민이 섭취하는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나트륨과 당류 과잉 섭취는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3080㎎(2021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2000㎎)보다 1.5배 높은 수준입니다.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당류 섭취량(2021년 기준 34.6g)은 하루 총열량(1837㎉)의 7.5%로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10%)보다 낮았지만, 여자 어린이와 청소년은 각각 10.4%, 11.2%로 권고기준 이상 섭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가 국정 감사에 불려가는 등 ‘탕후루 열풍’에 따른 당 과다 섭취에 대한 우려가 컸죠. 식약처는 2025년까지 나트륨 1일 섭취량을 3000㎎ 이하로 줄이고,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면 건강엔 도움이 되겠지만, 맛도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우선 조리 식품 7종 가운데 ‘꾸브라꼬 숯불두마리치킨’의 ‘숯불데리야끼’ 제품은 나트륨을 줄인 제품이라는 것을 모르고 먹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시중 제품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닭고기를 염지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염장액의 성분을 조절해 나트륨 함량 419㎎로 기존 제품(512㎎)보다 18% 줄였고, 소스는 변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른치킨’의 ‘핫윙봉 후라이드’도 염장액의 성분을 조절해 나트륨을 기존 제품 대비 22% 줄였고, ‘권사부순대국’의 막창 볶음은 양념장을 조절해 나트륨을 기존 제품보다 47% 줄였습니다.

두 제품 모두 시중 제품보다 약간 덜 짜서 취향에 따라 조금은 심심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맛이 크게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카페봄봄’의 ‘라이트요거라씨’ 플레인·망고·딸기·블루베리 맛 4종은 설탕 함량을 줄이고 당알콜(에리스리톨)을 일부 사용해 당류를 기존(43.05g) 제품보다 66% 줄인 14.41g까지 낮췄는데, 일반적인 카페 음료처럼 단맛이 강했습니다.

가공식품 11종 가운데는 편의점 씨유(CU)에서 판매되는 ‘사과샐러드 김밥’과 ‘와사비 크랩 샐러드 김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양념육, 소스 등의 원재료를 채소 등으로 대체해 상큼한 맛을 내면서 김밥 평균 대비 나트륨을 각각 50%와 30% 줄였습니다. 나트륨을 10% 줄인 ‘바싹불고기 김밥’(이마트24)과 각각 25% 줄인 ‘빵빵 계란듬뿍 김밥’(지에스25), ‘스팸 25% 라이트 계란김밥’(세븐일레븐) 등은 일반 편의점 김밥과 맛이 거의 비슷하거나, 더 담백한 맛이 났습니다. 자사 유사제품 대비 나트륨을 25% 줄인 ‘천일식품’의 ‘나트륨 줄인 김치볶음밥’과 ‘나트륨 줄인 새우볶음밥’은 다소 싱겁게 느껴졌는데, 김치볶음밥보다는 새우볶음밥이 시중 제품과 더 비슷했습니다.

이날 시식에 참여한 이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했습니다. 방송·일간지 4개사 기자들의 ‘한 줄 평’을 공유합니다. “두어개 제품을 제외하면 어디서 달고 짠 맛을 뺐는지 잘 모르겠다”, “나트륨을 저감한 제품이 입에 잘 맞는 걸 보니 이때까지 너무 짠 제품을 먹은 것 같다”, “치킨과 음료는 시중 제품처럼 맛있다”, “덜 짜서 오히려 담백한 맛이 났다.” 편의점 등에서 나트륨·당류를 줄였다는 제품을 보면 한 번쯤 시도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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