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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교육 ‘참고서 밀어내기’ 갑질…지역 총판들 “집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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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땡깡’을 부려, ×발! 지금 어디야, 어디냐고! ×발, 너 기다려 ×××야!”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적나라한 욕설이 흘러나왔다. 천재교육 영업사원이 초중고 참고서 물량을 받아 서점 등에 재판매하는 지역총판(도매상) 지사장에게 한 말이었다. 총판 지사장이 사실상 자신의 채무에 해당하는, 재고로 쌓여 팔리지 않은 책값이 기록된 ‘잔액확인서’를 살펴보겠다고 하자 이런 말을 들었다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설명했다.

영업사원의 갑질은 특정 개인의 일탈일까. 해당 욕설을 들은 총판 지사장을 포함한 9명은 “그렇지 않다”며, 이달 ‘천재교육 갑질에 대응하는 대책협의회’를 꾸려 본사를 대상으로 반격에 나섰다. 계약 연장을 빌미로 책을 떠넘기고,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뒤 못 판 책 값을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본사의 행태는 전형적인 불공정 계약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협의회 소속 지사장 9명은 최소 7억원에서 최대 27억원까지 천재교육에 빚을 지고 있다. 총합 110억원에 이른다. 지난 23일 한 총판 사무실에서 만난 50대 지사장 ㄱ씨는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본사는 지난해보다 무조건 20%는 더 팔라고 강제하고, 팔 수 있는 만큼만 주문하면 책 주문량을 늘리도록 압박한다”고 말했다. 주문량의 20%까지만 반품이 가능한 탓에 남은 재고는 총판 지사장들이 책임지는 구조다.

이미 본사가 ‘책값을 갚으라’며 자신과 어머니 집에 7억원 상당의 근저당까지 설정한 ㄱ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10억원을 본사에 갚으라는 지급명령서를 받았다. 본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10억원대 채무를 갚으라는 민사소송도 냈기 때문이다. ㄱ씨는 본사의 갑질로 일방적인 채무를 떠안게 됐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본사가 교사들에게 무료로 주는 연구용 교재 비용과 교과서 채택을 위한 영업비용까지도 총판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채택이 늘어야 참고서도 많이 팔리는 구조라 교사에게 연구용 교재와 선물 등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오로지 총판 부담이었다는 것이다. 지사장 ㄴ씨는 “교사에게 무료로 주는 교재 비용만 한 해에 수천만원”이라고 했다.

2018년 계약 해지를 당한 총판 지사장 이희랑(68)씨도 같은 방식으로 26억원의 빚을 지고, 48평 아파트와 강원도의 선산까지 잃었다. 본사는 남은 18억원의 채무를 갚으라며 이씨 아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씨는 “피해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시작으로 회사와 싸우기로 했다.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은 본사(공급업자) 필요로 대리점에 물품 구입이나 판매 목표를 강제하는 행위,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위반할 경우 최장 2년형과 함께 대리점이 피해 본 금액 3배 이내의 징벌적 배상책임까지 규정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6일 국감장에서 “(갑질이) 다신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강희철 천재교육 대표는 국감장에서 “일부 교재의 경우에 발행 종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전년도 판매 부수’를 편의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담된다면 총판이 원하는 경우에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한겨레에 “공정위 조사를 앞둬 자세한 답변이 어려운 점을 양해 부탁한다”고 밝혔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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