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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상담소 줄인다…‘피해자 보호’ 국정과제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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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연합뉴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가정폭력 상담소를 줄이고 상담사 인력 감축도 추진하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연합뉴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가정폭력 상담소를 줄이고 상담사 인력 감축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상담소 종사자들은 가정폭력 대응체계를 위협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작성한 ‘2024년 가정폭력 등 피해자 지원 예산 편성 방향’ 문건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을 보니, 여가부는 전국에 있는 가정폭력 상담소를 128개소에서 123개소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가부는 이를 반영해 내년도 ‘가정폭력 상담소 운영’ 사업 예산을 올해(116억3700만원)보다 27.5% 삭감해 84억4천만원을 편성했다.

가정폭력 상담소는 현재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일반상담소와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를 함께 지원하는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통합상담소)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여가부는 현재 98개인 일반상담소를 내년엔 68개로 줄이고, 통합상담소는 ‘여성폭력 통합상담소’(가칭)로 이름을 바꿔 30개에서 55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5개 상담소는 문을 닫게 된다. 여가부는 일반상담소의 통합상담소 전환을 위한 예산 27억800만원을 새로 편성했다.

여가부는 상담소 인력도 9%가량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정폭력 상담사는 662명인데, 이 가운데 지난해 운영 실적이 저조한 상담소를 선별해 58명(일반상담소 30명, 통합상담소 28명)을 감원하겠다는 것이다. 운영을 중단하는 상담소 5곳의 인력 등을 포함하면 현장에서는 감축 인원이 최소 80명은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가부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전국 66개소)도 정원 대비 입소율이 낮은 시설을 중심으로 종사자 19명을 우선 감축하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가정폭력 상담소 협의체인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의 김양순 상임대표는 “상담소 업무 양과 강도는 증가하는데, 상담사를 줄이라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실제 가정폭력 상담소의 업무량은 매년 늘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가정폭력 상담소 상담실적’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128개 상담소의 상담(가정폭력·이혼·부부갈등·가족문제 등) 실적은 2018년 39만4192건에서 지난해 45만470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별 상담사 수가 해당 지역 인구를 반영하지 않은 탓에, 상담사 인원이 적은 상담소에서 인원 감축이 이뤄질 경우 현장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경기 남양주시(지난달 기준 인구 73만2376명·이하 동일)보다 경기 용인시(107만7224명)가 인구가 더 많지만, 두 지역에 있는 가정폭력 상담소 종사자 수는 5명으로 동일하다.

그런데도 여가부는 가정폭력 상담소 구조조정 계획을 지난달에야 협의회 쪽에 일방 통보했다. 김 대표는 “많은 상담사의 생존권이 박탈되는데 협의회와 제대로 된 간담회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물리적인 여건이나 기능 보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통합상담소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가부는 이와 관련 “가정폭력·성폭력뿐만 아니라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교제폭력 등 신종범죄 대응을 강화하고 보다 촘촘한 피해 지원을 위해 통합상담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스토킹 사업이나 5대 폭력 피해자 지원사업을 확대할 경우 가정폭력 상담소 종사자를 우선 고용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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