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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놀이로 행복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이끌어”

Summary

유혜숙 전 코끼리유치원장이 자신이 펴낸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교육은 체계적인 좌절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이 체계적인 좌절과 크고 작은 ‘건강한 위험’을 통해 끊임없...

유혜숙 전 코끼리유치원장이 자신이 펴낸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교육은 체계적인 좌절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이 체계적인 좌절과 크고 작은 ‘건강한 위험’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더 큰 위험에 대처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뛰놀고, 땀 흘려 농사를 지으며 본성에 한 발짝 다가서기를 원합니다. 아이 안의 분노와 스트레스, 불행한 생각들은 놀이와 노동으로 순화됩니다.”

생태유아교육의 지평을 열었던 유혜숙(67) 전 전북 전주 코끼리유치원장이 40년가량의 경험을 담은 책 ‘엄지, 이리 와 봐!’를 펴냈다. ‘아동의 놀 권리’ 확보에 앞장서 온 그와 유치원 학부모들의 모임인 코만세(코끼리가 만드는 세상)가 놀이와 모험으로 사계절을 보내며 성장해가는 유아교육의 현장을 생생히 담았다.

그는 1986년 전체 원아 종일제 보육기관인 코끼리아가방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종일제를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썼다고 자신 있게 말한 그의 교육방침 등이 궁금했다. ‘엄지’는 그의 별칭이다. 지난 11일 그를 찾아 별칭을 먼저 물었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야 아이가 어른에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합니다. 그래서 유치원 안에서 별칭을 사용하는데, 진짜 친구가 되는 효과가 있어요. 제가 ‘엄지’인 것은 어느 날 한 아이가 예쁜 옷을 입고 왔길래 너무 잘 어울려서 입어보고 싶다고 칭찬을 해주었어요. 그랬더니 ‘너무 작아 선생님은 못 입잖아요’ 하길래, 밤이 되면 엄지공주처럼 작아진다고 말한 게 계기가 됐어요. 발음 편의를 위해 ‘공주’를 뺐습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유혜숙 전 코끼리유치원장의 북콘서트에서 아이들이 벽에 있는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다. 유혜숙 전 원장 제공

책에는 ‘자연이 선생님이 된다’는 코끼리표 생태유아교육의 현장 이야기가 1~4부로 나뉘어 있다. 땅을 파고 모래를 뭉치고, 맨발로 온 세상을 누비고, 오이·배추·고추 농사에 김장까지 직접 하는 아이들이 모습이 있다. 주말에 수확 체험하는 텃밭 개념이 아니라, 직접 볍씨를 뿌리는 등 논농사·밭농사를 한다. 논 1322㎡(400평), 밭 1653㎡(500평)을 유기농으로 가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다.

고생을 통해 음식이 식탁에 오기까지 과정을 알기에 편식하는 아이가 없다. 음식물도 남기지 않아 유치원에 잔반통이 없다. 일회용품 없이 1주일 살기, 고기 없이 채식으로 1주일 살기 등 환경교육도 자주 한다. 지난달에는 한라산 정상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등반해 친구들과 공동체를 위한 우정도 다졌다.

그는 놀이가 신념이 된 것은 뜰이 없는 유치원 경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넓은 실내공간이 있지만 뛰어놀 곳이 없어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이동시켰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숲 속으로 들어갔더니 운동장에서와는 또 달랐다. 반짝반짝 빛나는 표정과 몸짓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루소의 명언 “자연으로 돌아가라”를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유혜숙 전 코끼리유치원장이 자신이 펴낸 책의 표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임근 기자

“책을 쓴 이유는 더이상 늦추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연에서 거침없이 노는 이 교육이 좋다고 하지만 제대로 주변에 설명하지 못 해준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게다가 한 지인이 지금까지의 교육을 정리해 놓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조언에 따라 4년 전부터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여러 이유로 늦어졌습니다.”

그는 “자연 속에서 거칠게 놀아야 뇌호흡이 잘 돼 건강해지고, 발바닥 자극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정서지능,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한계를 뛰어넘는 힘, 자신감 등이 생기고 공부도 잘해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회에서 잘 적응한 졸코(졸업한 코끼리원생)들이 증명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놀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놀다가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마음이 조급한 부모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호기심을 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 교육도 병행한다. “진짜 좋은 교육은 지금 바로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 자신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살면서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정보 부족을 우려하며 이웃 아줌마에게 끌려다니지 않도록 학부모 자신이 철학을 세우도록 돕는다. 아이가 입학할 때 “간섭하지 말라”고 다짐도 받는다. 그는 “저의 방침을 학부모들이 따지지 않고 따라줬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전주 한옥마을 한 카페에서 유혜숙 전 코끼리유치원장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유 전 원장 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을 거쳐 현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회 상임대표를 맡는 그는 정부지원 없이 학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 ‘꼬마코끼리 가는길’을 통해 코끼리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조건 없이 마음껏 놀아야 행복해집니다. 놀이로 행복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이 되고, 행복한 세상을 이끌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분들이 초청하면 코끼리교육 전파를 위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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