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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도 “터질 게 터졌다”…영화같은 ‘사건브로커’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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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검찰의 ‘사건브로커’ 수사를 두고 광주·전남 지역의 공무원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경찰 인사와 수사 개입 정황에 이어 관급공사 수주 비리 의혹...

“올 것이 왔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검찰의 ‘사건브로커’ 수사를 두고 광주·전남 지역의 공무원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경찰 인사와 수사 개입 정황에 이어 관급공사 수주 비리 의혹까지 불거진 만큼, 수사가 올해를 넘겨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 경찰 겨눈 검찰…10여명 입건

지난 8월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가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자 광주·전남 경찰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성씨는 20여년 전부터 경찰 고위직들과 친분을 맺어오며 수사나 인사에 개입한다는 이야기가 경찰 안팎에서 떠돌았다. 이후 10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지역의 전·현직 경찰 간부 10여명이 입건돼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3명이 구속기소됐다. 수사는 경찰을 넘어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함평군 등 전남 지역 기초자치단체 4곳의 관급공사를 성씨와 관련된 업체가 수주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조만간 검찰의 수사망이 이들 지자체들로 확대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성씨는 2020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가상자산(코인) 투자 사기 피의자인 탁아무개(44)씨로부터 수사를 무마·축소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고가의 외제 차와 현금 등 18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됐다. 여러 건의 사기 혐의로 광주와 서울에서 경찰 수사를 받아온 탁씨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 성씨에게 거액을 안기며 도움을 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탁씨는 지난해 7월 광주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입건된 뒤 구속될 처지에 놓이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성씨와의 ‘검은 거래’가 담긴 전화 녹취록 등을 검찰에 넘겼다. 이후 성씨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의 첫번째 타깃은 검찰 내부였다. 지난 10월19일 성씨에게 1300만원을 받고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광주지검 목포지청 수사관(6급) 심아무개씨를 구속했다. 같은 달 30일엔 또 다른 검찰수사관(6급)을 압수수색한 뒤 직위해제했다. 이후 수사는 경찰을 향했다. 인사 청탁, 수사정보 유출과 관련해 광범위한 수사가 펼쳐졌다. 10월18일 서울경찰청, 전남 목포경찰서를 시작으로 11월10일 광주경찰청, 광주 북부경찰서,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10여명을 입건했다. 성씨가 서울경찰청 수사에까지 청탁의 손길을 뻗을 수 있었던 데는 광주·전남 출신 고위직 경찰의 경찰대 인맥이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성씨한테서 승진 청탁을 받은 전 전남경찰청장(퇴직) 김아무개씨가 지난달 15일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목포지청 수사관 심씨와 장아무개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전남경찰청에서 퇴직한 이아무개 전 경감 3명을 구속기소한 상태다.

광주지방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 경찰 내부 불만…성급한 수사 지적도

검찰의 수사가 경찰에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새어 나온다. 성씨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다수의 골프 모임을 이끌며 경찰뿐 아니라 검사 출신 법조인, 정치인들과도 교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의 골프 모임 멤버로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를 지낸 유력 원외 정치인 이름도 거론된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수사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탁씨에 대한 수사를 축소해주는 대가로 성씨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와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경찰 간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30일 광주지법 하종민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혐의를 다투고 있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광주 지역 한 변호사는 “혐의를 다투고 있다는 재판부의 말은 검찰이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수사를 서두른다는 느낌”이라고 해석했다.

검찰이 경찰 인사청탁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수사 기밀 유출 의혹과 함께 성씨의 관급공사 수주 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전남 지역 22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2018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성씨와 친인척이 운영하는 자재 납품, 공조기, 건설 등 7개 업체와의 계약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일부 기초지자체장이 수사 무마 대가로 성씨와 관급공사 계약을 한 것은 아닌지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전남 지역의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는 지역으로 성씨와 친분 있는 경찰 간부들이 발령 나고, 지자체에서 성씨와 관련된 회사가 수십억원대 계약을 따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의 다음 타깃은 지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건브로커’ 성씨, 20년 전 경찰과 인연…코인 사기 무마 실패 갈등

검찰의 사건브로커 수사와 관련해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브로커 성씨의 정체다. 그는 경찰에서 검찰,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인맥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남 담양군 출신으로 알려진 성씨는 1990년대 광주 동구 구시청사거리에 있던 한 유흥주점에서 악기 연주자(밴드마스터)로 일하며 경찰들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성씨가 일하던 주점은 당시 광주·전남 지역을 통합 관할하던 전남경찰청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경찰들 출입이 잦았다고 한다. 이후 성씨는 광주 일선 경찰서의 교통규제시설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총경급 인사들과 교분을 텄고, 이들이 승진·전보한 뒤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성씨는 고위직과의 친분을 토대로 경찰 인사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2021년 1월 전남경찰청 승진 인사에서 인사고과 평점이 앞섰던 몇몇 간부들이 탈락하자 경찰들 사이에선 성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성씨가 인사청탁 대가로 받은 돈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퇴직 경찰(경감, 구속기소)을 거쳐 고위 간부에게 흘러간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성씨의 경찰 인맥은 정치권으로도 이어졌다. 성씨는 다수의 골프 모임을 이끌며 경찰 고위직, 자치단체장, 유력 여당 정치인 등과 교분을 맺었다. 성씨는 자재 납품, 공조기, 건설 등 7개 업체를 운영하며 전남 지역 자치단체 관급공사를 따냈다. 정확한 수주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100억원대 이상일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업자들 사이에선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자치단체장에게 성씨가 수사 무마 청탁을 미끼로 접근해 계약을 따냈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한편 성씨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한 탁아무개(44)씨는 2010년대 초반부터 사기 등으로 여러 차례 수감됐다가 2019년 출소한 뒤 광주, 서울, 대전 등에서 가상자산(코인) 사기를 벌였다. 탁씨는 가상자산의 시세를 조종할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 피해자들의 고소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탁씨는 브로커 전아무개(62)씨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했고, 전씨가 알고 지내던 성씨를 끌어들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됐다. 성씨는 고위직 경찰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탁씨를 안심시켰고 탁씨는 성씨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고가 외제 차와 현금 등 18억여원을 건네고 사건 무마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씨는 지난 8월4일 구속된 뒤 같은 달 31일 기소돼 5일 처음 재판정에 선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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