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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SUV, 승용차보다 탄소 12% 더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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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70. 현대차 제공 대기업 직장인이자 초등학생 두 자녀의 아빠인 고아무개(40)씨는 최근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제네시스 지브이(GV)70을 구입했다. 이전 차는 ...

제네시스 GV70. 현대차 제공

대기업 직장인이자 초등학생 두 자녀의 아빠인 고아무개(40)씨는 최근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제네시스 지브이(GV)70을 구입했다. 이전 차는 소형 스포츠실용차 티볼리였다. 고씨는 “스포츠실용차가 층고가 낮은 세단보다 운전할 때 시야 확보가 편하다. 영원히 스포츠실용차만 타려고 한다”며 “아이들을 태우고 다닐 일도 많은데, 스포츠실용차가 세단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아이들과 캠핑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스포츠실용차만 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스포츠실용차 인기는 꾸준히 높게 이어지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본 자동차산업 정보 조사업체 ‘마크라인즈’의 자료를 토대로 “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자동차·기아,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5개 완성차 업체(이하 5개사)의 스포츠실용차 판매량 합계는 2013년 573만대에서 지난해에는 1399만대로 144.3%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 전체 판매량은 줄어드는 데 비해, 내연기관 스포츠실용차 판매는 느는 상황이다. 5개사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13년 3826만대에서 지난해에는 3203만대로 16.3% 감소했다. 반면 내연기관 스포츠실용차 판매량은 2017년 572만대에서 지난해 1318만대로 2배 넘게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2017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11% 이상 줄었지만, 내연기관 스포츠실용차 판매는 54.6% 증가했다.

스포츠실용차 인기 뒤에는 불편한 진실도 숨어 있다. 그린피스가 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 상위 5개 완성차 회사의 스포츠실용차 판매 추이, 주행 중 오염물질 배출량과 이들 회사가 판매한 공해 무배출차(Zero Emission Vehicle)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 등을 종합 분석해 11월 29일 내놓은 ‘거대한 자동차, 더 큰 위기’ 보고서를 보면, 2013~2022년 판매된 내연기관 스포츠실용차는 승용차보다 연평균 12% 더 많은 4.6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자동차 평균 수명(10년), 주행거리(20만㎞)를 전제로 이들 제조사의 내연기관 스포츠실용차와 일반 승용차의 주행 중 오염물질 배출량을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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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차·기아 등 3개 완성차 회사의 지난해 스포츠실용차 판매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만도 2억980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 결과 기준으로 프랑스의 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2억8200만톤)과 맞먹는 양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대해 “소비자들의 선호가 뚜렷하고, 내연기관차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변화·이동해가는 과정에 있고, 스포츠실용차 역시 경유차에서 휘발유차로 전환 중”이라고 항변한다.

스포츠실용차는 과거에는 경유차가 대부분이었다.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좋았고, 세단보다 무거운데다 짐 싣기에도 좋아 야외 활동에 적합했다. 특히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을 잘 달리기 위해서는 배기량 대비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토크)이 커야 했다. 하지만 2015년 ‘디젤게이트’로 불리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 등을 거치며, 경유차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그에 따라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연료로 대체되는 흐름이다.

그린피스도 보고서에서 “5개 제조사의 무배출차(ZEV) 판매량 중 스포츠실용차 비율 역시 2018년 17.8%에서 지난해 62.8%로 크게 올랐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포츠실용차는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탄소를 더 배출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철강 관련 2021년 보고서를 보면, 철강 1톤을 생산할 때마다 1.4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스포츠실용차는 승용차보다 철강을 20% 더 많이 사용한다. 결국 넓은 실내 공간을 얻는 대신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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