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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으로 도망치라고요?”…호신술 배워보니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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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술인 ‘자기방어’ 방법을 강사에게 1대1로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 성북구 제공 “덩치가 큰 남자가 위협적으로 나한테 다가오면 어떡하죠?”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

호신술인 ‘자기방어’ 방법을 강사에게 1대1로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 성북구 제공

“덩치가 큰 남자가 위협적으로 나한테 다가오면 어떡하죠?”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열린 호신술 특강 현장에서 수강생 박미선(53)씨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연출 상황에도 박씨의 몸은 한껏 움츠러들었다. 이에 교육기관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 최하란 강사는 “연습이니까 (차라리)여기서 무서운 게 낫다”라며 박씨를 달랬다.

‘셀프 디펜스(자기방어), 나와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호신술 특강에는 여성 20여명이 모였다. 특강은 한 성북구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호신술을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내 마련됐다.

성북구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여성 1인 가구가 많고 최근 ‘이상동기범죄’가 늘어 특강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에는 성신여자대학교와 동덕여자대학교 등 여자대학교 2개를 포함해 관내 8개 대학교가 있다.

특강은 3가지 게임으로 구성됐다. 수강생들은 강사 지도에 따라 두 명씩 짝을 지은 뒤 의자를 ‘ㄷ’자 모양으로 놓았다. 범죄가 발생할 법한 좁고 밀폐된 공간을 연출한 것이다. 이어 서로를 쫓거나 피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쿵’하며 다른 조 수강생과 부딪히거나 도망치다 비명을 지르는 이도 있었다. 혼잡한 상황에서도 다치지 않도록 시야를 넓게 확장하는 연습이라고 최씨는 설명했다.

‘터치 게임’도 이어졌다. 한 명이 팔을 뻗어 조원 어깨를 만지려고 하면, 상대가 잽싸게 손을 내쳐 피하는 방식이다. 모든 수강생이 손짓을 피하기 위해 소심하게 몸을 움츠렸다. 이에 최씨는 “피하려면 보폭을 크게 움직이세요.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동선을 그리며 움직여야 구석으로 몰리지 않아요”라고 외쳤다.

마지막 단계는 치한을 방어하는 상황극이었다. 최씨는 “싸움이 호신술의 전부는 아니다. 적절한 자세와 태도로 상대방으로부터 ‘안전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협적 상황에서 공격보다 방어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씨는 수강생들을 차례로 불러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한 수강생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치자 최씨는 다시 “(몸 앞으로)손을 올려 방어하라”며 자세를 바로잡아줬다. 이번엔 최씨가 수강생의 팔을 내리쳤다. 그러자 이 수강생은 온 힘을 다해 팔등으로 최씨의 팔을 내친 뒤, 배운 대로 ‘곡선 경로’를 그리며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들은 일대일 상황극을 통해 ‘방어 자세-언어로 경계표현-대피처 확인-도망’이란 ‘자기방어’ 공식을 몸으로 익혔다.

이날 수업은 2시간의 수업이 짧게 느껴질만큼 열기와 만족도가 높았다. 혼자 산 지 3년이 됐다는 대학원생 최지예(26)씨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대피로를 확인하는 게 당연하다고 머리론 생각하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서 그렇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며 “상상만 했던 두려움의 실체도 경험하고, 실제 방어 연습을 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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