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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장벽 비난하던 바이든, 180도 입장 바꿔 건설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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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5일 국경 문제 등을 논의하려고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5일 국경 문제 등을 논의하려고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를 중단시켰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입장을 180도 바꿔 장벽 건설을 재개시켰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5일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리오그란데강 계곡에 장벽을 추가 설치하는 것을 막아온 환경 규제 등 20개 법률 및 다른 규정들의 적용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 국경 지역에 ‘재난 사태’를 선포한 직후 의회가 배정했으나 집행되지 않은 예산으로 텍사스주 스타 카운티에서 장벽 건설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은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에 물리적 장벽을 건설해야 할 즉각적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갑작스런 입장 전환은 최근 멕시코 국경 지대에서 중남미 출신자들의 월경이 급증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달에는 국경에서 체포한 무단 월경자가 20만명으로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국경 지역 공화당 주정부들이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해왔고, 많은 월경자들이 향한 뉴욕 등 민주당 시정부가 있는 곳에서도 수용 능력 초과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 첫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포한 ‘재난 사태’를 취소하고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상황에서 무단 월경자 문제가 다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국경 장벽 건설 재개를 선언한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이 한꺼번에 멕시코를 방문해 무단 월경과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유입 등 미-멕시코 국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들은 멕시코의 상대 장관들과 회담하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만났다.

에이피(AP) 통신은 마요르카스 장관은 멕시코를 방문한 자리에서 “두 나라는 우리 반구(서반구)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이주자 증가라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벽 건설에 강하게 반대해온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난 미국의 극우 정치 집단이 가하는 강력한 압박을 이해한다”고 했다. 미국 행정부의 이번 조처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고육책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무단 입국한 베네수엘라인들을 추방하기 위한 직항 항공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인들은 2020년 이후 약 50만명이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이들을 구제하겠다며 합법적으로 취업할 권리를 줬지만 8월 이후 입국자들은 제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단 월경 문제에 대해 강경책으로 전환하면서도 장벽 강화는 효과적이지 않다며 모순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장벽 건설용 예산을 다른 목적에 전용하려고 했지만 의회가 협조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용도대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벽이 효과적 수단이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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