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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36만원도 못 버는 9억명” 중국 매체 글, 하루 만에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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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상하이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빗자루를 들고 걷고 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9억6천만 명의 주민이 월 소득 2천 위안(36만원) 미만이라는 내용을 담은 글이 중국 ...

27일 중국 상하이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빗자루를 들고 걷고 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9억6천만 명의 주민이 월 소득 2천 위안(36만원) 미만이라는 내용을 담은 글이 중국 경제 매체에서 게재 하루 만에 삭제됐다. 해당 대목은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서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경제는 지난 25일 중타이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 리쉰레이가 쓴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어렵다, 수요 측면에서 본 경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유효 수요 부족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가 큰 곤란을 겪고 있으며 심각한 빈부 격차와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리쉰레이는 이 글에서 “소득 분배 문제가 어렵다”며 베이징 사범대가 2021년 발표한 ‘월 소득 2천 위안 미만인 사람이 9억6400만 명에 이른다’는 내용을 인용했는데, 해당 내용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월 소득이 2천 위안 미만인 사람이 중국 전체 인구의 70%에 가깝다는 내용은 26일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서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중국 누리꾼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내용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당수 누리꾼이 중국의 심각한 빈부 격차에 공감하며 현실을 개탄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결국 이 글은 게재 하루 만인 26일 삭제됐다. 28일 제일경제 누리집에서 해당 기사의 제목이 검색되지만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정확한 삭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중국은 언론 검열이 일상화돼 있고, 당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 다만 중국 밖에서 중국 관련 소식을 다루는 일부 매체가 해당 기사를 전재해 놓고 있다.

빈부 격차와 관련한 내용은 중국 내에서 민감한 주제에 속한다. 중국은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3천달러(167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주민 소득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리쉰레이가 쓴 글을 보면 중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주민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 전 세계 평균이 약 60%지만 중국은 43%에 불과하다. 중국의 빈부 격차도 매우 커서, 경제적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니 계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0.468(2020년 기준)에 이른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 리커창 전 총리도 중국의 불평등한 소득 분배 문제를 언급했다가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리 전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은 3만 위안(540만원)에 달하지만 6억 명의 월수입은 1천위안(18만원)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리 전 총리가 중국이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지만, 시 주석에 대한 견제이자 쓴소리로 해석되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이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를 건설했다고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그 직전에 리 전 총리가 이와 배치되는 내용을 발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직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을 맞아 여론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달 중순 중국 최고 지도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과 장기적·긍정적 전망의 근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경제 선전과 여론 지도를 강화하고 중국 경제 ‘광명론’을 노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이 나온 직후 중국 최고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를 법에 따라 단호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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