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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질환 치료·모발이식 등 피부에 와닿을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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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고려대 교수팀(원지희·안진철) 제공 피부는 우리 몸 표면을 모두 덮고 있는, 몸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장기다. 외부의 환경과 미생물 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최전선이자 우리...

정석 고려대 교수팀(원지희·안진철) 제공
피부는 우리 몸 표면을 모두 덮고 있는, 몸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장기다. 외부의 환경과 미생물 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최전선이자 우리의 겉모습을 결정하기도 한다. 또 몸속에 있는 노폐물과 땀 등은 잘 방출하지만 몸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건 막는다. 목욕을 오래 했다고 물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살 수 있겠는가. 피부에는 땀샘도 있고 부위에 따라서는 털도 있고 주름도 지고 상처가 나기도 한다. 다양한 기능을 하고 부속물도 많이 달려 있는 장기이다 보니 피부는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부는 크게 표피와 진피, 두개의 층으로 나뉜다. 바깥쪽에 있는 표피는 쉽게 손상되는 여린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각질화돼 있다. 각질의 수명은 2주 정도로 이 기간이 지나면 때가 밀린다. 각질화된 피부 제일 바깥층은 계속 탈락하고 피부 안쪽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때를 밀면 어린 세포층이 겉으로 드러나니 맨들맨들하고 좋기는 한데, 제일 바깥의 피부 보호층을 벗겨내는 셈이니 너무 자주, 세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표피세포는 계속 만들어져야 하므로 우리는 평생 표피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를 가지고 살아간다. 진피층은 표피를 받들고 있는 결합조직층으로, 이 두께와 모양에 따라 피부는 다양한 특색을 보인다. 손가락 끝 진피층의 독특한 모양새가 만들어내는 게 지문이다. 이런 기능들 말고도 피부는 땀샘을 통해 노폐물을 분비하고 체온조절을 한다. 또 촉각·통각·온도감지 등을 위한 안테나(수용체)들이 피부에 퍼져 있어서 1차적으로 자극을 감지하고 이를 신경계로 전달한다.

동물실험, 피부 반응 100% 예측 어려워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면 괴롭다. ‘피부미인’이란 말이 있듯 인간의 외모를 결정하는 데 피부가 아주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피부 관리에 쓰고 있다. 화장품과 연고 등 피부에 바르는 물질도 엄청 많다. 이 많은 물질들이 사람에게 안전한지 알아야 하고, 안전성과 효능 검사를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실험용 피부가 필요하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전통적으로는 실험동물로부터 피부를 빌려서 테스트해온 것이 현실이었는데, 점점 더 대체검사법이 발전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실험동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인 거부감도 있고, 실제 사람 피부가 아니다 보니 실험동물에서의 결과가 인간에서의 반응을 100% 예측하게 하는 것도 아니어서 실험동물 사용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실험동물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법안을 공개했다. 안정적인 대체기술이 확인되기 전에 실험동물 사용을 멈출 수는 없으니 기술의 발전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체기술이 확보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실험의 선두주자 격이 피부 모델이다. 3차원 인공피부 모델은 이미 활발히 사용돼왔다. 사람에게서 얻은 피부세포를 피부와 비슷한 모양과 기능을 가진 세포집단으로 배양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표피·진피층을 모사할 수 있으며 이를 대상으로 특정 물질이 피부독성을 일으키는지 간단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현재의 대체 인공피부 모델은 실험동물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인간 피부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보이지는 못하므로 한계가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포경수술 시 나오는 포피는 인공피부 모델의 주요 원천이 된다. 그러므로 현재 사용하는 3차원 피부모델 대부분은 남자의 피부를 만드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피부가 얼마나 다른지, 남성에게 필요한 인자가 여성한테도 동등한지 등은 덜 알려져 있다. 이런 검사를 거쳐서 개발된 화장품들이 어느 단계에서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딱 갈라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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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뉴런과 털도 있는 피부 오가노이드

하버드대학의 칼 콜러 교수 연구팀(1저자 이지윤 박사)은 지난 2020년, 인간 배아줄기세포로부터 피부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법을 담은 논문을 보고했다. 피부 오가노이드가 자라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에서 줄기세포를 4~5개월 배양하면, 표피와 진피 구조가 생기는 것은 물론 감각뉴런과 털도 가진 아기 피부와 비슷한 오가노이드가 된다. 피부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피부질환을 모델링하거나 이를 재건수술 등에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연구 결과다.

피부에 ‘털’이 있다니 아마 눈이 번쩍 뜨일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모발 이식의 경우, 면역문제 때문에 자가모발 이식만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모발 이식 수술은 실상은 ‘모발 재배치’ 수술이다. 하지만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적 배경이 같아 면역 거부가 없는 머리카락을 피부 오가노이드로부터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웰메이드 가발과 경쟁하고 이를 뛰어넘는 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좀 더 심각한 질환 연구에 피부 오가노이드를 양보하는 게 어떨까 싶다.

심한 피부 화상 환자에게 피부 재생촉진 치료를 하는 경우 모공이나 땀샘의 재생이 어려워 이식한 피부 부위의 이질감이 것이 약점이다 . 몸에서 나온 세포를 이용해 피부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이를 이식하는 과정을 만들어 낸다면 절박한 환자들에게 희망을 있다. 아마도 인공피부는 바이오프린팅과 같은 기술과 결합해 약물검사 대량생산이 필요한 곳에 많이 사용될 것 같다. 피부 오가노이드 기술은 더욱 정교하게 질환을 모사해 심각한 피부질환 해결책을 찾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 . 과학적 예측은 틀리기로 악명 높긴 하지만 얼마나 틀리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

마지막으로 피부 오가노이드가 아직 완벽하진 않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털과 피지샘을 가진 피부 오가노이드는 보고됐지만 아직 땀샘이나 손발톱이 달린 피부 오가노이드는 없다. 배양액 속에서 땀 흘리고 있을 피부 오가노이드를 상상해보면 꽤나 흥미롭다.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어릴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 집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대학에 진학하고 발생학에 관심이 생겨 신경발생학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첨단기술의 과학’, ‘생물학 명강 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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