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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낭독기 개발자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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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아사가와 박사는 14살 때 수영장 벽에 눈을 부딪혀 시력을 잃었다. 삶도 벽에 부딪혔다. 혼자선 어디도 갈 수 없었다. 그가 접근성에 관심을 가진 건 순전히 스스로 삶을 개...

치에코 아사가와 박사는 14살 때 수영장 벽에 눈을 부딪혀 시력을 잃었다. 삶도 벽에 부딪혔다. 혼자선 어디도 갈 수 없었다. 그가 접근성에 관심을 가진 건 순전히 스스로 삶을 개선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아이비엠(IBM)이 최고 기술자에게 부여하는 ‘펠로우’이자, 일본 도쿄 국립과학혁신박물관 ‘미라이칸’ 대표다. 1985년 IBM에 입사해 세계 최초의 음성 웹브라우저 ‘IBM 홈페이지 리더’를 개발했다. 시각장애인이 웹과 처음 소통한 관문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요즘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여행가방을 만든다. 모양은 가방이지만, 살제론 자율주행 안내 로봇이다. 전용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에 목적지를 지정하면 인공지능 가방이 목적지까지 안내해준다. 가방엔 다른 사람을 감지하고 피하는 아르지비디(RGBD) 센서와 건물 구조를 분석하는 라이다(LiDAR) 센서가 내장돼 있다.

인공지능 여행가방은 주변 사람과 건물 구조를 인식하는 센서를 내장해, 목적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길을 안내해준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비마이아이즈’는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를 잇는 다리다. 시각장애인이 앱을 열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자원봉사자는 화면에 보이는 물건을 설명해준다. 자원봉사자 도움으로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물건 라벨을 읽고, 식품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새로운 장소로 쉽게 이동했다. 그렇게 10년 넘도록 시각장애인들의 눈을 지탱해 왔다.

비마이아이즈는 올해 큰 전환점을 맞았다. 챗지피티를 개발한 오픈에이아이는 차세대 거대언어모델 ‘지피티-4’(GPT-4)를 내놓으며 비마이아이즈와 손잡았다. 오픈에이아이는 인간 자원봉사자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자원봉사자 ‘비마이에이아이’를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은 자원봉사자가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 물체를 인식할 수 있게 됐다. 하루 550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이 비마이에이아이에 접속해 3만개가 넘는 질문을 인공지능에게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애인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과 관련해 문의를 할 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애 응답 데스크’를 비마이아이즈와 함께 운영한다. 바미이아이즈가 테스트에 참여한 지피티-4의 이미지 인식 기능은 ‘타임’이 선정한 인공지능 부문 ‘2023년 최고의 발명품’에 올랐다.

‘비마이에이아이’는 자원봉사자 대신 인공지능이 시각장애인 주변 물체를 인식해 알려주는 앱이다.
지식 공유 생태계도 인간을 위한 기술을 살찌우는 데 한몫한다. 아사가와 박사 연구팀은 모든 연구 내용을 깃허브에 올려 외부에 공유한다. 스스로 참여한 많은 외부 개발자들이 인공지능 여행가방 코드를 분석하고, 의견을 달고, 코드를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시킨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여행가방 로봇 개발을 위해 카네기멜론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일본 내 주요 기업들과 협력체도 꾸렸다. 최근에는 오픈소스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비마이에이아이와 같은 기능을 웹으로 구현한 개방형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아사가와 박사는 인공지능 여행가방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동 보조수단으로 출발했지만 나중엔 모든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 이동이 어려워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만, 인간과 호응할 때 비로소 뜨거워진다.

이희욱 미디어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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