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ories:
경제

‘빅 10’ 은행 지점장엔 여성이 없다…뿌리 깊은 성차별

Summary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중 3곳에서 ‘기업 대출’ 영업실적 상위 10개 지점에 ‘...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중 3곳에서 ‘기업 대출’ 영업실적 상위 10개 지점에 ‘여성 지점장’이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점장에게 필수적인 기업여신(대출) 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적게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이 윤한홍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의 영업점 실적(기업여신 평가점수) 상위 10개 지점에 여성 지점장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비(KB)국민·신한은행은 실적 상위 10개 지점에 여성 지점장이 각각 두 명씩 있었다.

실적 성비 불균형의 요인으로는 우선 지점장을 맡을 수 있는 관리자 직급(부장·팀장)에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대 은행(농협 제외)의 관리자 5600명 중 남성이 77.63%(4347명), 여성은 22.38%(1253명)에 그친다.

주요 업무로 평가받는 기업여신 경험이 남성에게 편중된 것도 성비 불균형의 원인으로 꼽힌다. 통상 은행권 승진에서는 기업여신 수행 경험을 전문성 판단의 잣대로 삼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여신 업무 경력이 있는 임직원은, 4대 은행의 남녀별 전체 재직 인원(지난 3월31일 대졸공채 기준) 가운데 남성 직원은 76.71%(1만1875명), 여성 직원은 36.81%(4843명)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업여신 경력은 남성 67.18%(4335명), 여성 19.88%(1198명)로, 4대 은행 중에 격차가 가장 컸다. 격차가 가장 작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남성의 70.52%(1538명), 여성의 49.60%(816명)가 기업여신 경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을 통틀어 직급별(관리자·책임자·사원)로 살펴보면, 남성 관리자 가운데 90.22%(3922명)가 기업여신 업무 경력이 있었다. 여성 관리자는 이 비중이 61.85%(775명)였다. 책임자(과·차장급) 중에서는 남성의 83.81%(5426명), 여성의 57.21%(2094명)가 기업여신 경험이 있었다. 사원급(행원·주임·대리급)으로 가면 격차가 더 커졌다. 남성 가운데 54.23%(2515명)가 기업여신 경험이 있는 데 반해, 여성은 23.94%(1973명)만 이 경험이 있었다. 사원급에서 격차가 가장 컸다가 책임자로 올라가면 줄어들고 관리자가 되면 다시 커지는 구조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지점장에게 기업여신 능력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여신 실적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책임자급까지는 기업여신이든, 개인자산관리(PB)든 자신이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를 살려서 일할 수 있지만, 지점장이 되면 본인의 업무 중 7할 이상을 기업여신에 집중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표면적으로는 성별 업무 구분이 존재하지 않지만, 임원들이 남성 부하직원을 선호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있다. 과거 남성은 여신업무, 여성은 수신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업계 문화가 남아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대출을 받으려는 기업 쪽 담당자 다수가 남성이라서 은행에서도 남성에게 주로 기업여신을 맡겨 왔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된 탓에 야근이 잦은 기업여신 업무를 여성이 소화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실적은 기업금융에서 나온다. 지금의 지점장급들이 승진할 당시에는 여성들이 기업금융 쪽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문화가 있었다. 입사 직원들의 성비는 개선되고 있지만 이러한 성별 기회 불균형은 아직도 존재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