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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 기술’ 수출국 이스라엘의 추악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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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실험실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

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실험실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l 소소의책 l 2만3000원

지난 10월7일 가자에 기반을 둔 군사 집단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이 불씨가 되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됐고 이 참혹한 전쟁은 지금까지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민간인이 거주하는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현재까지 최소 1만6248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졌다. 또 전체 인구 230만명 가운데 80%가 넘는 190만명이 거처를 잃고 난민이 됐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하마스에 대한 보복 차원일 뿐인가. 유대인이면서 20년 넘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꾸준히 보도해온 독립 언론인이자 ‘재난 자본주의’의 영화감독인 앤터니 로엔스틴은 ‘팔레스타인 실험실’이라는 책을 통해 세계에 ‘점령 기술’을 팔면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민낯을 고발한다. 그는 이스라엘이 주민을 통제하고 분리하는 방법을 실험하는 현장으로서 팔레스타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각종 신무기를 사용해본 뒤 ‘전장에서 시험한 무기’라고 홍보하면서 세계 각국에 신무기를 판매하며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전한다.

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21년 무기 판매액이 이전 2년간의 실적을 55퍼센트나 능가해 113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할 정도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세계 10대 무기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방 세력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책에는 로켓, 방공 시스템, 미사일, 사이버 무기, 레이더 등 이스라엘이 판매하는 각종 무기를 구입하려고 혈안이 된 국가들의 현황이 소개되는데, 현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유럽의 여러 나라, 인도와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튀르키예 등까지 그 광범위함에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평화를 주창하던 그 수많은 국가가 이스라엘의 ‘점령 기술’과 무기를 구매하며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끼는 동시에 냉혹한 국제 관계의 역학을 직시하게 된다.

책은 또 1948년 이스라엘 탄생 이후 그들의 무기 발달 및 판매의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룬다.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국방력을 발전시킨 이스라엘은 1950년대 중반부터 국경 너머로 살상 도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부 소유의 방산 기업들이 발전했고, 1960년대에는 민간이 소유한 기업들이 성장했다. 저자는 기밀 해제된 자료를 통해 이스라엘과 수하르토의 인도네시아, 샤 치하의 이란, 내전 중인 레바논, 1980년대 내전 중 과테말라의 방위 관계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을 다루는데, 방대한 자료의 양과 객관적 서술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저자는 이스라엘 퇴역 군인들이 설립한 엔에스오(NSO)와 셀레브라이트, 블랙큐브 등이 개발한 사이버 감시 기술들이 세계 각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는 데 활용되는지 상세하게 다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보는 세계 시민들은 이 전쟁이 하루 빨리 종식되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전쟁을 중지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되며,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의 무기 판매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불매운동이나 투자 철회 같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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