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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 넣고, 명품 조각내고…허영·속물성 까발려 돌풍

Summary

2020년 소비자들의 충동구매 양상을 드러내려고 제작한 ‘블러(Blur:흐릿한 형체)’. 미스치프는 달러나 한화 5만원권 돈다발처럼 생긴 흐릿하고 모호한 형태의 덩어리를 만들어 온...

2020년 소비자들의 충동구매 양상을 드러내려고 제작한 ‘블러(Blur:흐릿한 형체)’. 미스치프는 달러나 한화 5만원권 돈다발처럼 생긴 흐릿하고 모호한 형태의 덩어리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한정판 작품으로 팔았는데 불과 몇분만에 전량이 판매됐다. 그들은 올해까지 다섯개 통화의 흐릿한 돈다발 이미지들이 보이는 덩어리 작품들을 내놓은 상태다.

‘힘이 센 것들, 유명한 것들에 엉겨 붙어라. 시비를 걸어라. 그러면 덩달아 유명해지고 복이 올 것이다.’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의 젊은 작가와 디자이너, 변호사 등이 이런 모토를 내세우면서 ‘장난질’이란 뜻의 단어로 작명해 결성한 4인조 작가집단 미스치프는 미술판의 젊은 악동으로 떠오른다. 명작, 명품에 기발하게 딴죽을 걸거나 사람들의 허영심과 속물성을 자극하는 작품 혹은 제품으로 세계 미술계와 명품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2020년 그들은 ‘흐릿한 형태’라는 뜻의 ‘블러’(Blur)란 조형물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의 건국 유공자 벤저민 프랭클린 초상이 나오는 얼핏 100달러 돈다발처럼 생긴 흐릿하고 모호한 형태의 덩어리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당신이 구매한 것이 그대로 당신 것이 된다’고 광고하면서 한정판 작품으로 팔았는데 불과 몇분 만에 완판되어 버렸다.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이미지에 현혹된 소비자들의 마음이 동한 것이다. 합리성을 벗어나는 충동구매 양상을 드러내려고 제작한 작품이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대박을 치자 그들은 올해까지 신사임당이 등장하는 한국의 5만원권 등 다섯개 통화의 흐릿한 다발 이미지들이 보이는 덩어리 작품들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열심히 팔아치웠다.

미스치프는 소금 한알 크기보다도 작게 초소형 루이비통 핸드백을 만들어 현미경을 통해 관람하게 해놓았다. 명품 가방의 실용적 기능을 아예 소거하고 상징 무늬만 돋보이게 한 이 작품은 명품들의 힘이 브랜드이미지로 작동된다는 속물적 실상을 은연중 까발린다. 실제로 이 작품은 미국의 뮤지션이자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가 세운 온라인 경매플랫폼에서 기존 가격의 4배나 되는 6만3000달러에 팔려 미스치프의 제작 의도를 충실하게 입증했다.

세계적인 명품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소금 한알 크기보다도 작게 초소형 루이비통 핸드백을 만들어 현미경을 통해 관람하게 해놓았다. 명품 가방의 실용적 기능을 아예 소거하고 상징 무늬만 돋보이게 한 이 작품은 명품의 힘이 브랜드 이미지로 작동된다는 속물적 실상을 은연 중 까발린다.

실제로 이 작품은 미국의 뮤지션이자 디자이너인 퍼렐 윌리엄스가 세운 온라인 경매플랫폼에서 기존 가격의 4배나 되는 6만3000달러에 팔려 제작 의도를 충실하게 입증했다. 그런가 하면 명품 에르메스 버킨백을 조각조각 잘라 ‘버켄스탁’ 샌들을 만들었고, 나이키 운동화가 새로 출시되자 사람의 피 한 방울을 바닥에 넣어 666켤레를 새로 제작한 ‘사탄 나이키 운동화’를 만들었다.

2019년 미스치프가 나이키 운동화의 밑창 부분에 가톨릭 교회의 의식 때 쓰는 성수를 흘려넣어 만든 ‘예수신발’. 미스치프는 나이키와 가톨릭 교회 간의 협업을 실현시킨 예술품이 됐다고 자평했다. 유명스타의 지명도를 바탕으로 협업에 매달리는 명품 문화의 속성을 종교적 신앙에 빗댄 작품이다.

이들은 영국 거장 데미언 허스트의 유명한 점박이 회화를 직접 사들인 뒤 원화의 수십여개 색점들을 하나씩 잘라 따로 액자를 씌워서 원화 값의 7배나 되는 수익을 거둬 들였다. 또 앤디 워홀의 초기 드로잉인 ‘요정들’ 원본 작품 하나와 이를 복제한 999점의 작품들을 뒤섞어 팔기도 했다. 발칙하고 불경스러울 뿐 아니라 저작권 등에서도 일절 합의하지 않고 기존 명품들을 재제작한 작품들이었지만, 희한하게도 나이키와 반스 몇몇 회사 말고는 소송을 제기한 곳이 없다.

나이키도 사탄운동화가 나왔을 때 소송을 냈으나 곧 미스치프와 화해해 각각 세켤레씩 작품을 보존하는 것으로 하고 마무리지었다. 허스트와 워홀의 재단 쪽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흥미롭다. 그들은 이런 소동과 해프닝으로 되려 작품들과 제품들의 가치와 명성이 올라가는 것을 즐겼고, 미스치프 또한 이런 속성에 올라타면서 자신들의 작품 성과를 높이고 영리까지 두루 챙겼다.

결성 4년째를 맞은 미스치프의 한국 첫 전시회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에서 이런 현대미술과 명품 시장의 역설을 은연 중 드러내는 이들의 대표작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대림미술관에서 엠제트(MZ) 관객들이 몰리는 가운데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대림미술관의 제안으로 성사된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라고 한다. 인터랙티브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100여 점을 총망라해 5개 섹션별로 선보이고 있는데, 굳이 섹션에 구애받지 않고 뒤섞어서 봐도 별다른 무리는 없다.

지난해 미스치프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군복무를 주제삼아 만든 8비트 휴대용 영상 게임 ‘전장에서의 비티에스’. 그룹 멤버들이 군입대를 결정하기 전에 만든 이 게임은 각 멤버들의 군 복무를 둘러싼 팬들의 논란과 논란에서 파생된 정치 문화적 쟁점들을 게임의 콘텐츠로 만들었다.

지난해 미스치프가 방탄소년단(BTS)의 군복무를 주제 삼아 만든 8비트 휴대용 영상 게임 ‘전장에서의 비티에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룹 멤버들이 입대를 결정하기 전에 제작된 이 게임은 각 멤버들의 군 복무를 둘러싼 팬들의 논란과 논란에서 파생된 정치·문화적 쟁점들을 게임 콘텐츠로 만든 작품. 색다른 각도로 방탄소년단 군 복무 논란의 사회적 함의를 포착하게 된다.

출품작들은 일부러 신화를 쌓으려는 현대미술의 가식에 사정없이 구멍을 내며 새로운 창작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냥 기존 미술제도에 비판과 공격의 눈길을 쏟아내기보다는 유명세와 원본성에 집착하는 현대미술과 명품의 속성을 절묘하게 타고 넘으면서 잇속을 챙기는 양면성도 읽을 수 있다. 내년 3월31일까지.

말고기, 복어, 구더기치즈의 맛을 내는 스낵 과자로 만든 ‘불법 칩스’도 눈길을 끄는 전시품중 하나다. 미국에서 유통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이 세가지 맛의 칩스는 사람들이 가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에 더욱 집착한다는 역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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