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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에 빠져 한국 온 루미나 “‘레미제라블’ 에포닌 꿈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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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루미나. 포킥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장이 캄캄해지자 4살 꼬마 루미나는 무서웠는지 살짝 울었다. 하지만 음악이 흐르자 이내 울음을 그치고 무대에 집중했다. 2004년 ...

뮤지컬 배우 루미나. 포킥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장이 캄캄해지자 4살 꼬마 루미나는 무서웠는지 살짝 울었다. 하지만 음악이 흐르자 이내 울음을 그치고 무대에 집중했다. 2004년 일본 도쿄에서 난생처음 본 뮤지컬 ‘엘리자벳’에 그는 푹 빠져들고 말았다. “1막 끝나고 인터미션 때 제가 오페라글래스 들고 ‘너무 재밌어’라며 웃었대요.”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루미나가 말했다.

그는 2000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인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뮤지컬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 2005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봤다.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여관집 딸 에포닌에 꽂혔다. 집에 와서 비슷한 모자를 쓰고 솔로 넘버 ‘온 마이 오운’을 불렀다. “뮤지컬 배우가 되어 에포닌을 연기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죠.”

초등학생 때 뮤지컬 스쿨에서 춤, 노래, 탭댄스 등을 배웠다. “기초는 클래식”이라는 선생님 말을 듣고 중학교 가서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도호음악대학 부설 중고교를 거쳐 도호음대까지 진학했다. 하지만 채 1년도 안 돼 그만뒀다. 한국 대학에 오고 싶어서다.

뮤지컬 배우 루미나. 포킥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중학생 때 뮤지컬 ‘셜록 홈즈’를 재밌게 봤는데, 알고 보니 한국 창작 뮤지컬을 일본에서 라이선스로 공연한 거였어요. 그래서 한국 와서 원작을 봤어요. 온 김에 ‘프리실라’ ‘드라큘라’ ‘모차르트!’ ‘빨래’ 등도 봤고요. 한국말을 모르는데도 감정이 전달되더라고요. 무대도 노래도 더 뜨겁고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언젠가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그때부터 한국말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이 대목에서 그의 한국말이 유독 유창하게 들렸다.

2019년 가을 서울대 성악과에 외국인전형으로 입학했다. 다들 실력이 뛰어나 ‘넘사벽’으로 느껴졌다. 성대결절 직전까지 간 그는 좌절하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친구들과 선생님 도움으로 극복해나갔다. 뮤지컬 연습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성악을 제대로 하면서 노래할 때 몸 안 여러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게 됐어요. 뮤지컬 노래 선택지가 더 넓어졌죠.”

대학 다니면서 뮤지컬 오디션도 봤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마리아 역은 3차까지 갔다가 떨어졌다. 꿈에 그리던 ‘레미제라블’ 에포닌 역에 도전했다. “합격 통지 전화를 받고 ‘네? 제가요?’ 했어요. 꿈만 같고 실감이 안 났죠. 객석에서 바라보던 배우 선배님들과 상견례하는 자리에서도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에포닌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루미나.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지난 8월 학교를 졸업하고는 10월 부산 드림씨어터 첫 공연에 섰다. “심장이 마구 뛰고 손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긴장했어요. 중간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요. 끝나고 나서야 ‘내가 해냈구나. 꿈을 이뤘구나’ 하는 생각에 벅차올랐어요. 아직 부족한데도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부산 관객분들께 정말 감사했어요.” 부산에서 한달여 공연하는 동안 배우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연기 얘기도 하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에포닌은 자기 의지와 생각이 확고해요. 해바라기 같은 마음으로 마리우스를 위해 무엇이든 내던질 수 있는, 강하고 용기 있는 여성이죠. 하지만 코제트만 바라보는 마리우스를 보면 가슴이 많이 아파요. 그 감정을 모아 쏟아내는 노래가 ‘온 마이 오운’이죠. 내 안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게 어려웠지만, 연출팀과 다른 배우들 도움으로 많이 배웠어요. 특히 에포닌을 번갈아 연기하는 김수하 배우의 조언이 큰 힘이 됐죠.”

지금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레미제라블’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내년 3월10일까지)에 들어갔다. 그는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무대를 하면 할수록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몸 쓰는 연기가 아직 부족한데 앞으로 더욱 배워나가고 싶다”고 했다.

“우선 ‘레미제라블’을 잘 마치는 게 목표고요, 이후에도 한국에서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일본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서고 싶고요. 영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물론 그 전에 연기 공부부터 열심히 해서 내실을 쌓는 게 먼저죠. 노래와 연기가 하나로 어우러지고,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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