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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전쟁 다룬 베트남 작가 문제작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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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나 그리고 그들’의 베트남 작가 응웬 빈 프엉. 최재봉 선임기자 나 그리고 그들 응웬 빈 프엉 지음, 하재홍 옮김 l 아시아 l 1만8000원 베트남 작가 응웬 빈 프엉...

장편소설 ‘나 그리고 그들’의 베트남 작가 응웬 빈 프엉. 최재봉 선임기자
나 그리고 그들

응웬 빈 프엉 지음, 하재홍 옮김 l 아시아 l 1만8000원

베트남 작가 응웬 빈 프엉의 소설 ‘나 그리고 그들’은 여러모로 의미 깊은 작품이다.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과 반레의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을 비롯해 그간 국내에 소개된 베트남 소설들은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베트남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중국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 소설은 또한 지난해 창립된 ‘한-베문학평화연대’의 첫 결실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한국과 베트남 문인들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베문학평화연대를 결성하고 크게 세 가지 사업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 문인들이 해마다 상대 나라를 교차 방문해서 문학 행사를 치르고, 양국의 문학 작품을 번역 출간하며, 문학상을 제정해서 내년부터 시상하기로 한 것이다.

‘나 그리고 그들’은 중국과의 전쟁 당시 포로로 잡혀 고문을 받은 끝에 정신질환에 걸려 고생하다가 숨진 형의 흔적을 찾아 나선 동생을 화자로 삼는다. 동생은 형이 전투를 벌였던 지역과 포로로 잡혔던 지점 등을 답사하던 중 공안을 피해 도망치다 결국 사고로 죽게 된다. 형이 남긴 기록과 그 기록을 토대로 전쟁 현장을 되밟는 동생의 여정이 포개지는데, 이야기가 뒤섞이고 파편적인 이미지들이 이어지며 죽은 이의 영혼이 화자로 나서는 등 소설은 매우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특징을 보인다. 국경 산악지대에서 길을 잃은 형과 부대원들이,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베트남인지 중국 땅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장면은 소설의 제목과 그에 담긴 주제를 상징하는 듯하다.

“베트남은 중국에 1천 년 동안 지배를 당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어쩌면 두 나라 사람들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결국 큰 차이는 없다는 생각을 작품에 담고자 했습니다. 두 나라가 비록 전쟁은 치렀지만 이제는 적대감을 버리고 화해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작가회 부주석으로 동료 작가들과 함께 26일 방한한 응웬 빈 프엉은 이날 낮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베트남 작가들이 실시한 투표에서 베트남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 1순위로 꼽힌 이가 바오 닌이었는데, 그는 이 작품을 가리켜 “내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질투가 날 만큼 너무 걸작이다”라고 극찬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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