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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장악’ 이겨냈던 MBC, ‘날린다’고 날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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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문화방송(MBC) 보도 화면 갈무리. MBC를 날리면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l 창비 l 1만7000원 언론의 비판을...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문화방송(MBC) 보도 화면 갈무리.
MBC를 날리면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l 창비 l 1만7000원

언론의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정권들은 ‘언론 장악’을 하겠다는 헛된 꿈에 빠지고, 공영방송을 주된 사냥감으로 삼는다. 엠비시(MBC) 기자로 일하다 부당하게 해직된 박성제는 언론 장악의 시련을 온몸으로 겪었던 언론인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를 거치며 엠비시로 복직한 그는 이후 보도국 취재센터장, 보도국장, 사장 등을 맡아 엠비시를 정상화하고 재건하는 데 힘써왔다.

그가 ‘엠비시를 날리면’이란 책을 펴낸 배경에는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또다시 본격화하고 있는 언론 장악 시도가 있다. 지은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고 저널리즘을 되찾기 위해 엠비시가 그간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기록하는 한편, 윤석열 정권이 과거 ‘언론 장악 기술자’에게 방송통신위원장을 맡기는 등 또다시 ‘엠비시 죽이기’에 착수한 과정을 보여준다.

언론 장악 시기 엠비시는 정권의 눈치만 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잃었다. ‘낙하산’ 사장을 세우지 않는 것이 재건의 출발점이었고, 탄핵 이후 최승호 피디가 엠비시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은이는 민주당에서 되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세게 비판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을 정도로 당시 정치권이 최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바뀐 환경 속에 엠비시는 저널리즘 회복에 전념할 수 있었고, 사립유치원 비리, 고 김용균씨의 산재 사고, 클럽 ‘버닝썬’의 마약·성폭력 카르텔 등에 대한 차별화된 보도로 점차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아왔다.

지은이는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추구한다는 믿음”, 그리고 이를 ‘현장’ 중심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 때 엠비시는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 등을 파고들어 비판 보도에 집중했으나, 후보자 부부의 사모펀드 투자를 ‘권력형 비리’로 연결지으려는 검찰·언론의 행태에는 휩쓸리지 않았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을 옹호하고 진보진영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조국 수사 보도를 소극적으로 한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시각”에 대해 지은이는 “반박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 말한다. “검찰 제공 정보 받아쓰기, 조국 가족 스토킹,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은 분명 심각한 저널리즘의 위기”로, 시청자의 눈높이에 전혀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권 2년차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이사진·경영진 교체를 무리하게 강행하며 언론 장악을 재현하는 중이다. 지은이는 이전 보수정권들과 달리 공영방송의 ‘민영화’까지 추진할 것이라 본다. 이처럼 공영방송을 무력화하는 것은 “권력의 독주,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과거 언론 장악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선 경험을 새기며, 지은이는 “엠비시가 오직 국민만 바라본다면 이겨내지 못할 위기는 없다”고 다짐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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