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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사유 속 권력-지식-공간이란 세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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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월 미셸 푸코(오른쪽)가 프랑스 법무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감자들의 권리 보호를 요구하는 ‘감옥정보그룹’(GIP)의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은 장폴 사르트르....

1972년 1월 미셸 푸코(오른쪽)가 프랑스 법무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감자들의 권리 보호를 요구하는 ‘감옥정보그룹’(GIP)의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은 장폴 사르트르. 엘리 카간 사진, michel-foucault.com 갈무리
권력과 공간

미셸 푸코 지음, 이상길 옮김 l 문학과지성사 l 1만4000원

1971년 9월 미국 뉴욕주 애티카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폭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이곳을 방문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는 “어떤 기계의 내부를 방문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회는 감옥처럼 일정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기계의 힘을 그 조건으로 삼아 작동한다. 다만 푸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억압 권력은 ‘금지’가 아니라 ‘생산’을 한다고 지적한다. 비용과 중요성, 관리에 들어가는 수고나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 등을 따져볼 때, “감옥은 순전히 부정적인 배제 기능들로 환원되기엔 너무나 복잡한 조직”이다. 이런 지적은 권력을 ‘테크놀로지’로 파악하고, 개인을 대상으로 금지·억압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규율권력’이 개인들의 집합인 인구를 대상으로 효율·능률을 얻어내는 ‘조절권력’(생명권력)으로 변해갔다고 직시한 그의 사유와 연결된다.

‘권력과 공간’은 사회학자 이상길 연세대 교수가 푸코의 논문, 인터뷰, 기고문 가운데 ‘공간’과 관련된 것들을 추려서 묶고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옮긴이는 이번에 개정판이 나온 ‘헤테로토피아’의 “자매서 노릇을 할 푸코의 공간 관련 텍스트 선집”으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1994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논문, 인터뷰, 기고문 등을 모아서 펴낸 ‘말과 글’을 저본으로 삼았다.

고고학·계보학 등으로 불린 푸코의 주된 방법론은 그의 사유가 공간성보다는 시간성에 더 깊은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판옵티콘’ 개념이 대표하듯 푸코의 사유에는 필연적으로 구체적인 권력의 작동들이 가로지르는 공간에 대한 “분석적 형상”이 깃들어 있다. 옮긴이는 해제에서 “푸코에게 일관되고 체계적인 ‘공간 이론’이 존재하지 않”으나, “그의 철학은 지리학, 건축학, 도시공학 등의 다양한 공간 관련 연구에 지금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고 짚었다.

‘공간에 대한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지리학자들의 질문에 푸코는 자신이 추적하는 “권력과 지식 사이의 관계”를 논하려면 “장, 위치, 지역, 영토 등의 용어가 의거하는 지배 형태들을 참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작업은 “권력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 근거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주창한 ‘생명권력’의 대표적인 영역으로 성과 더불어 도시 공간을 꼽고, 19세기 노동자 주거단지 등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옮긴이는 “푸코 시선의 초점은 언제나 권력-지식-공간의 세 축이 이루는 역사적 관계에 맞춰져 있었다”고 해설했다. 또 “규율권력을 분석할 때는 특정한 제도 내 개별 신체가 위치하는 건축물 또는 단위 공간(감옥, 병원 등)을 주로 문제시하는 데 비해, 인구를 겨냥하는 안전장치를 논의할 때는 도시 전체를 주된 고려대상으로 부각한다는 사실은 특기해둘 만하다”고 짚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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