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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 오는 해…장욱진 그림에서 사람과 시대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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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전 전시장 일부. 70년대 불교 세계 심취 양상이 여실히 드러나는 ‘佛(불)’ 자 표기 그림이 그의 문양이 들어간 백자소병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해를 넘기면서...

장욱진 전 전시장 일부. 70년대 불교 세계 심취 양상이 여실히 드러나는 ‘佛(불)’ 자 표기 그림이 그의 문양이 들어간 백자소병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해를 넘기면서 사람의 몸과 마음은 변한다. 그것은 노화이자 진화와 숙성의 성질을 띤 것이기도 하다.

이중섭, 박수근과 더불어 국민화가로 불리는 장욱진(1917~1990). 그가 일흔 일생을 살면서 그린 그림들은 세월과 시대에 부대끼는 사람의 숙명을 가장 절절하게 이야기하는 기록이다. 평생 까치와 해, 달, 산, 가족, 아이, 여인의 단순한 도상을 그리면서도, 도상들 속의 질풍노도 같은 삶을 차가운 이성으로 파헤친 작가의 내면을 표현했다. ‘가장 진지한 고백’이란 제목을 달고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1·2층에 300점 가까운 그림과 도자기, 생전 아카이브 등을 부려놓은 그의 회고전시는 단순한 감상의 자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한 인간의 인생 전모를 곱씹을 수 있는 세밑 성찰의 공간이라 할 만하다.

장욱진의 1961년 작 ‘새와 나무’. 노형석 기자

유럽풍의 비정형 추상회화인 앵포르멜과 단색조 그림을 담은 유화, 말기의 문인화풍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시기별 대표작을 주축으로 역대 최대 규모 270여점 작품들이 20대부터 70대 말년까지 연대기적으로 나열된 이 회고전(내년 2월12일까지)은 기획진의 의도가 아니라 관객의 감성과 생각이 완성하는 전시에 가깝다.

막대한 분량의 시기별 장욱진 소품들을 보면서 ‘기존의 동양화, 서양화의 구분 개념으로 풀어낼 수 없는… 우리의 전통을 현대에 접목시킬 수 있는 하나의 조형적인 가능성을 회화로 구현해낸 작가’(정영목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의 인간적 진정성과 예술가적 독창성을 스스로 찾아보고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대 시절의 정물과 소녀를 담은 야수파 풍의 풍경화 ‘공기놀이’부터 1951년의 채플린풍의 옷을 입고 황톳길 내려오는 자화상, 파울 클레의 회화와 조형적으로 연결되며 선묘의 뼛기운이 가득한 1956년작 ‘모기장’, 1957년작 ‘얼굴’, 1970년 부인의 예불 드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진진묘’ 등 수작들이 곳곳에 가득 도열해 있다.

그가 타계하기 직전 그린 ‘까치와 마을’ ‘밤과 노인’ 같은 선화풍의 말년작과 1980년대 주로 그린 먹과 매직펜 그림 등은 공수래공수거, 무상 등의 불교·도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30대 이후 등장한 자연물과 인간의 도상적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무수히 변주하고 재해석하면서 오직 장욱진만이 할 수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다. 1955년 만든 가족 연작의 원형이 되는 ‘가족도’ 소품도 주목할 만한 감상 거리다. 1964년 일본인에게 판매된 뒤 행방을 알 수 없던 것을 전시준비 중 일본에서 찾아와 미술관이 사들여 이번 전시에 처음 내보이는 중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새해 용기획전에 나온 백자청화구름용무늬 항아리.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새해의 띠 동물 용에 얽힌 상징과 의미를 담은 유물들을 살피는 서울 경복궁 경내 국립민속박물관의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내년 3월3일까지)도 세밑의 전시 나들이에 맞춤하다. 전통적으로 비와 물을 상징했던 용의 도상적 의미를 살린 용왕과 용궁부인의 그림 ‘무신도’(巫神圖), 기우제 제문 등이 전시됐고, 용과 관련된 지명분포와 지명 종류, 현장 영상 등도 소개되고 있다.

1973년 처음 나온 국내 최초의 롤러코스터 청룡열차 체험 코너와 1982년 출범한 최초의 프로야구 구단 중 하나였던 전 엠비시(MBC) 청룡의 야구공과 로고 등도 구경하면서 시대를 가로지르는 용의 활용사도 엿보게 된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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