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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다음에는 일본? ELS는 왜 지수 고점에 팔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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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이치(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투자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에이치(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투자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에이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실상 지수 고점에서 투자가 이뤄진 배경에는 고객들을 상대로 상품을 팔아야 하는 은행 지점의 분위기 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치지수는 2021년 2월17일 1만2228.63으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천 이하까지 떨어지면서 높은 지수에서 투자한 주가연계증권 상당수가 녹인 구간(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했다. 주가연계증권은 상품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한다. 지수 고점 투자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이유다. 막상 지수가 5천대로 떨어진 현재는 손실 위험과 불완전판매 논란 등이 빚어지면서 은행들이 에이치지수 주가연계증권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대신 최근에는 일본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 발행량이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6401억원에 그쳤던 닛케이225지수 주가연계증권 발행량은 올해 1분기 1조8324억원, 2분기 2조4118억원, 3분기 3조2036억원 등으로 증가세다. 이 기간 닛케이225지수는 올라 현재 3만3천선에서 등락 중이다. 지수가 지금처럼 호황을 이어간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지금이 고점이라면 에이치지수와 마찬가지로 만기 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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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초자산 가격이 높을 때 오히려 주가연계증권이 많이 발행되는 배경엔 고객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 있다. 투자가 안전하다고 설득하기 위해선 주가 수준이 높은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판매 당시 지수가 고점이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알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고객 심리를 생각해 보면 지수가 낮을 때는 상품이 안전하다고 느끼기가 어렵다. 반대로 ‘이 나라 경제가 이렇게 좋은데 50%나 떨어지겠나’ 설득하는 것이 용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지수 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증언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손실을 앞둔 투자자 가운데서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면 손실 볼 일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이들이 많다. 국가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좋을 때 돈을 넣으라는 권유가 실제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2021년 6월에 가입했다는 한 투자자는 온라인 글에서 “지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 불안하다, 다른 건 없냐고 물었는데 큰 나라들이 망하겠냐며 (투자를) 권했다”고 썼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주가연계증권이 기초자산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품인 데다가, 일반 예·적금과 비교해 은행 직원의 인센티브가 큰 것도 대규모 판매를 부추겼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21일 발표한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핵심성과지표(KPI)가 특정 상품 판매실적과 연계돼 금융사고와 불건전영업 행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준법감시부서 등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일각에선 손실을 앞둔 가입자 가운데 재가입자도 있는 만큼 판매사에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에 조기상환이 잘 돼서 투자로 재미를 보았던 이들이 재가입을 이어가다가 끝판에 돈이 물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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