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때 떨렸다. 유빈이가 힘이 됐다.”(전지희)
“언니가 있어 메달 땄다. 행복하다.”(신유빈)
한국 여자탁구의 간판 신유빈(대한항공)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었다.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귀화 선수 전지희도 모국에서 행복하게 웃었다.여자복식 세계 1위인 둘은 2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짝을 4-1(11-6 11-4 10-12 12-10 11-3)로 완파했다. 순 경기 시간은 35분으로 매우 짧았고, 실력 차가 느껴졌다.
둘은 우승이 확정되자 화사하게 웃으며 정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이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이뤄진 결승전 남북 대결에서 승리했다.
신유빈은 앞서 단체전, 혼합 복식, 단식에서 모두 동메달을 땄지만, 이날 마지막날 경기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탁구계에서는 신유빈 돌풍을 계기로 탁구 인기의 부활을 기대하기도 한다.
신유빈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처음 결승에 올라 신기했고, 신기한 만큼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언니가 있어 메달을 따게 됐다”고 말했다.
귀화 12년 만에 꿈을 이룬 전지희는 “중국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게 어려워 귀화를 했고,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몸도 안 좋고 어려웠다. 유빈이한테도 미안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부터 다시 해보자는 각오로 나섰고, 아시안게임에 도전했다. 결과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둘은 북한의 차수경과 박수경을 맞아 1~2게임을 압도했고, 3게임을 내줬으나 4~5게임에서 달아나며 승패의 마침표를 찍었다.
북한 선수들과 시상대에 올랐던 신유빈은 “(남북한 경기라고 해서) 특별한 생각이 있지는 않다. 상대는 누구든 똑같다. 작전도 하던 대로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세리머니도 함께 했지만 다른 생각 없이 했다”고 했다.
탁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남북 선수단이 좀더 가까운 편이다. 시상식에서도 차수영, 박수경 등 북한 선수들은 전지희와 신유빈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표정은 굳었지만 손도 마주쳤고, 1위 단상으로 올라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아시아 최고 무대에 오르면서 내년 파리 올림픽을 향한 탄력도 붙이게 됐다. 올림픽에서는 남녀 단식, 남녀 단체전, 혼합 복식에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여자복식에 따로 메달이 걸려있지 않다.
하지만 단체전 첫 게임에서 여자복식이 이뤄지기 때문에, 둘이 계속 호흡을 맞춰나간다면 한국팀의 가용 전술의 폭은 넓어진다.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중국을 만나지 않은 행운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오광헌 감독의 상대 전력분석과 맞춤한 전술은 둘의 파괴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유빈과 전지희의 환상호흡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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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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