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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중대재해법 무력화 ‘지역 특구안’…“차별 특구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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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월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지역 정...

윤석열 대통령이 9월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지역 정책인 ‘기회발전특구’에서 최저임금 등 보편적 노동 기준을 무력화할 수 있는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전문가와 노동계는 지역 차별을 조장하는 황당한 법안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자의적인 노동 기본권 침해로 위헌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지난달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24일 “균형발전은커녕 노동자들이 해당 지역의 열악한 일자리를 피해 수도권의 좋은 일자리로 더 쏠리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인한 열악한 노동 조건이 노동자 이탈을 부추겨 외려 지역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주장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도 “특정 지역의 노동권을 낮춤으로써 지역 차별을 유도하는 차별 특구 조장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우려의 배경은 법안이 특정 지역에서 노동 관련 법 조항 가운데 극히 일부를 뺀 ‘전체’를 규제 완화 대상으로 삼는 ‘네거티브 방식’이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역 등은 세제나 규제 특례를 받는 ‘기회발전특구’를 신청할 수 있다. 이때 완화 대상이 되는 규제는 근로기준법 2개 조항 등 20개 조항을 빼고 전부다. 20개에 들지 않은 △주 최대 52시간제 △전국 단위 최저임금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 책임자 처벌 등 보편적 노동 기준이 허물어 지는 지역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정부의 대표적인 지역 정책으로, 필요한 지원이나 규제 특례를 지방정부가 설계해 중앙정부에 제안하는 상향식이 특징이다. 규제 완화 대상을 법안이 폭넓게 잡으면서 무분별한 지역 간 규제완화 경쟁과, 이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이 벌어질 여지도 있다.

전문가들은 황당한 법안이라는 반응이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규제 일부를 풀어주는 방식이 아닌, 열거되지 않은 모든 노동 기준을 풀 수 있는 이런 법안은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 이후 본 적이 없다”며 “이는 국제 노동 기준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당장 일부 기업에 혜택이 돌아갈지 몰라도, 멀리 봤을 때 지역을 차별하겠다고 공언 하는 것”이라며 “보편적 기본권과 관련된 해당 법안들을 선택 적용 하면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다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안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 정부가 신청하면 고용노동부 등) 소관 부처가 포함된 지방시대위원회가 (규제) 특례 부여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며 ‘정부 심의’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은 “(산업부 설명은) 행정기관의 특정 위원회가 국민의 노동 기본권을 제외하는 심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한데,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입법 활동을 행정기관이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 제도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는 법안이 산자위를 통과할 때까지 사정을 몰랐다고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자위 통과 당시 법안이 통과된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산자위를 통과한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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