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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이충상 인권위원 “사무총장 없어야 회의 참석할 것”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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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을 이 자리에서 퇴장시키세요. 앞으로도 입장시키지 마세요. 안 그러면 상임위원회와 전원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내부 혼란이 끝이 없다. 1...

“사무총장을 이 자리에서 퇴장시키세요. 앞으로도 입장시키지 마세요. 안 그러면 상임위원회와 전원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내부 혼란이 끝이 없다. 14일 오전 열린 상임위에선 김용원·이충상 두 상임위원이 예정된 안건을 심의하지도 않은 채 사무총장의 퇴장을 요구하다가 본인들이 퇴장해 버리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두 상임위원이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을 표적으로 삼아 내부 혼란의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취재 결과, 김용원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제37차 상임위가 시작하자마자 “방청인 입장 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한 뒤 송두환 위원장에게 박진 사무총장의 회의장 퇴장을 요구했다. 김 상임위원은 “사무총장을 퇴장시키고 앞으로 상임위와 전원위에 입장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앞으로 상임위와 전원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박정훈 대령의 긴급구제신청과 관련해 박진 사무총장이 군인권보호위와 상임위를 즉시 개최하여 신청을 인용하지 않았다며 김용원 위원에게 ‘사과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위원장의 호위무사로서의 발언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무총장은 사무처의 업무에 관하여 발언할 수 있을 뿐이다. 인권위원의 업무에 대한 주제넘은 난동”이라고 말했다. 박진 사무총장이 김용원 상임위원에게 해당 사과를 요구한 것은 지난 8월의 일이다. 송두환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것을 고성으로 묘사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2001년 출범 이후 (위원장 포함)상임 및 비상임위원 11명이 진정 안건을 다루는 전원위와 상임위원 4명이 정책 안건을 다루는 상임위 회의에 줄곧 사무총장이 참석해 필요한 경우 발언해왔다. 인권위 운영규칙 제13조는 “사무총장은 각 위원회에 출석하여 사무처의 업무에 관하여 발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송두환 위원장은 “사무총장의 회의 참석은 인권위 법령에 따른 것이며 인권위 출범 뒤 20여년간의 관행”이라며 두 상임위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사무총장은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위원회 요구가 있으면 출석하여 답변하도록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위원과 (사무처의) 사무총장·국장이 같은 자리에 앉아서 논의하는 것도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사진행 발언은 9시30분 상임위 시작 뒤부터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외부의 방청 신청자는 아예 회의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맞은편 대기실에 있었는데, 바깥에서는 회의장의 고성이 고스란히 들렸다. “삿대질하지 마라” “내가 언제 삿대질 했냐”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 회의실을 박차고 나온 시각은 오전 10시48분이었다.

이날 상임위에서는 ‘정신장애인 인권증진과 사회통합을 위한 정신재활시설 운영 개선 정책권고 일부수용 보고’와 ‘2023년도 하반기 보상금 지급계획 의결의 건’이 논의될 예정이었느나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이전에 열린 상임위와 전원위에서도 박진 사무총장을 비난하며 퇴장을 요구한 적 있다. “무식하다”, “안하무인이다”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썼는데, 이날은 “난동”, “고성방가”, “호위무사”라는 말이 나왔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두 상임위원은 송두환 위원장의 독선과 사무처의 사유화를 거론하며 위원장을 공격해왔는데, 이제 그 핵심에 박진 사무총장을 놓고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본인의 상임위에서 한 발언을 설명한 뒤 “팩트만 제대로 보도하면 송두환 위원장과 박진 사무총장이 망신”이라며 “저와 김용원 위원은 진실과 바른 법리를 말했다”고 밝혔다.

박진 사무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두 상임위원으로부터 퇴장 요구를 들으면서 제가 회의장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상임위원의 국가인권위원회 회의 참석이라는 가장 기본 업무가 조건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의 참여 여부를 조건으로 말씀하시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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