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 대 21.1%.
지난 6일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출범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그동안의 사건 처리율이 49.3%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대부분의 언론은 21.1%라는 진실규명률(희생자 및 인권침해 확인율)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사건 처리율은 전체 사건 중 진실규명 불능과 각하를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종결된 사건 비율을 말한다.
12일 열린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에서는 49.3%마저 부풀려진 수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 추천 이상훈 상임위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2334건은 무더기 각하했고, 여순사건의 경우 1000여건을 여순사건위원회(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로 이송했다. 이 부분이 16%라 실제 사건처리율은 3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앞으로 진실규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위원회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동감한다”고 답했다.
1기 진실화해위(2005~2010)의 경우 전체 진실규명률이 75.6%였고, 이 중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 사건은 82.1%로 가장 높았다. 2기인 현 진실화해위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은 진실규명률이 14%로 가장 낮다. 1기보다 적은 조사기간과 여러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현격하다. 이를 감추려는 듯 기자간담회 보도자료 어디에도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진실규명률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날 전체위에서 여당 추천 장영수 위원은 조금 다른 말을 했다. 장 위원은 “진실규명률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로 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서 이게 진실이라고 하면 (진실규명률이) 80~90%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10~20%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충분한 증거가 없더라도 그냥 다 진실로 인정하자 그건 아니지 않냐”라고도 했다.
하지만 진실규명률을 높인다는 게 무조건 신청인들의 주장을 수용해 진실로 인정해주자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진실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성의있게 하자는 데 가깝다.
가령 일부 지역의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보고서 작성을 이미 마쳐놓고도 ‘부역자 처리지침’을 만든다며 무더기로 심의를 미뤄온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영천·진도 희생자들에 대해선 신뢰할 수 없는 경찰기록을 근거로 진실규명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의문사 등 각종 인권침해 사건은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자료 협조가 안 돼 조사의 장벽이 돼 왔다. 결정적으로 조사관들의 조사 의지를 꺾어온 것은 김광동 위원장의 입이었다.
이날 전체위에서 야당 추천 허상수 위원은 “그동안 조사관들의 조사활동을 방해해온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 따위의 막말과 폭언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체위 때마다 “진실규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위원장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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