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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 형제의 마음 다독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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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딸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위 클래스(Wee class) 학부모 상담 시간을 정하자는 연락이었다. 담임에게 딸의 위 클래스 이용을 신청해 놓은 터였다. 그동안의 경과...

게티이미지뱅크

딸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위 클래스(Wee class) 학부모 상담 시간을 정하자는 연락이었다. 담임에게 딸의 위 클래스 이용을 신청해 놓은 터였다. 그동안의 경과를 물으니 5~6번에 걸쳐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선 학교폭력 사안에 노출되거나 심리검사에서 우려할 만한 결과가 나온 학생에게 위 클래스 이용을 독려하곤 한다. 딸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학생이다. 그럼에도 위 클래스 이용을 신청한 것은 비장애 형제자매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아무리 부모가 똑같은 관심을 쏟으려 해도 가정 안에선 장애인 자식에게 더 많은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비장애 형제자매로서의 스트레스도 있을 터. 나는 딸이 그런 마음의 스트레스를 쏟아낼 출구를 제공하고 싶었다. 팽팽하게 가득 찬 풍선이 터지지 않도록 ‘푸쉬~’ 하며 바람 빼주는 역할을 하는 게 심리상담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위 클래스 상담을 처음 신청했다. 어렸던 딸은 동생에 대한 원망도, 부모에 대한 서운함도 지금보다 컸다. “나도 차라리 장애인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했다. 놀란 난, 엄마인 내가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딸만의 공간에서 엄마에겐 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풀어낼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당시 상담 선생님에 따르면 딸은 위 클래스 시간에 아빠, 엄마, 동생 흉을 실컷 봤다고 한다. 그 얘길 들으며 웃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속으로 억누르지 않고 밖으로 표출해줘서 고맙다고 느꼈다. 그 덕일까. 1년의 시간이 지난 후 딸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엔 위 클래스 상담실이 없다. 나도 특별히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러다 두 달 전 한 단체에서 주관한 장애인식개선 글쓰기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본선에 오른 작품을 읽어가는데 한 글에 눈길이 멈췄다. 특수학교 상담실에 근무하는 상담교사가 쓴 글이었다.

글쓴이는 특수학교 내 상담실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똑같은 욕구와 감정을 지닌 그냥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장애가 있을 뿐인. 그 글을 읽으며 크게 반성했다. 아들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심리치료, 심리운동 등의 재활치료엔 그토록 많은 돈을 지불했으면서 왜 특수학교에 상담실이 운영되는 것엔 관심조차 없었는지 반성했다. 

모든 학교의 위 클래스 운영이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 무슨 사고에 휘말린 다음에야 상담받는 시스템이 아닌 누구든 문을 두드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운영 시간이 대폭 늘었으면 좋겠다. 특수학교에도 상담실이 마련되면 좋겠다. 언어로 의사소통 가능한 학생은 언어로, 언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은 또 다른 방식으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안전지대가 있으면 좋겠다.

사람은 원래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풀리는 게 있기 마련이니까.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마련된 시스템인 위 클래스 안에서 한껏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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