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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매칭 빠진 ‘한국식 무탄소에너지’ 원탁회의서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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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무탄소연합(CFA) 주도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무탄소연합(CFA) 주도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 현장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생산에 재생에너지 외에 핵발전(원전) 등을 포함하자’는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초청한 전문가 패널조차 현재 무탄소에너지 캠페인의 세계적 흐름은 ‘연중 무휴로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매 순간 무탄소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 생산(혹은 구매)과 소비를 ‘실시간 매칭’하는 개념이 빠진 ‘한국식 시에프이’가 세계적 흐름과는 맞지 않다고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이회성 무탄소연합 회장은 이날 원탁회의 개회사에서 “한국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게 무탄소에너지 인증체계 등 글로벌 규범 정립에 주도적 역할을 할 때가 됐다”며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에 세계 각국 정부, 국제 에너지 협의체와 민간 부문의 동참을 유도해 나가면서, 전 지구적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구글과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등이 2021년 발족한 ‘24/7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을 변형한 ‘한국식 시에프이’의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국한하는 ‘알이100(RE100) 캠페인을 ‘보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외에도 핵발전(원전)과 청정수소, 탄소포집·저장(CSS)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인정하지만, 전력 생산(혹은 구매)과 소비의 실시간 매칭을 강조하지 않는 게 한국식 시에프이의 핵심이다. 무탄소에너지 전력을 실시간으로 충당하는 게 아니라, 연간 단위로 총 소비전력과 총 무탄소에너지 생산량 또는 구매량을 일치시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황호송 삼성전자 환경팀 상무는 이 자리에서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가격도 너무 비싸다”며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있어 무탄소에너지가 필수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르샤드 만수르 미국 전력연구소 최고경영자는 이와 관련해 “삼성이 언젠가는 단지 ‘무탄소에너지가 필요하다’가 아니라, ‘연중무휴 24시간 무탄소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발전 등 무탄소에너지 사용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한국식 시에프이로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 현재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24/7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기존 전기요금에 웃돈(재생에너지 투자 요금)을 얹어 내거나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탄소 감축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구글이 2017년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해놓고도, 2030년 연중무휴 무탄소에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24/7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은 기업이 연간 1000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한다고 할 때, 연간 단위가 아니라 매시간 쓰는 에너지를 무탄소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뜻”이라며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최근 2년 전부터 ‘무탄소에너지’를 ‘24시간 연중무휴 무탄소에너지’라고 부르고 있으며, 삼성과 도요타 등 모든 산업이 결국엔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 박기용 기자

무탄소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핵발전(원전)과 청정수소, 탄소포집·저장(CSS) 등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포괄한 개념이다. 전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알이100’(RE100)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행수단을 재생에너지로만 한정하지 말고 핵발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넓히자며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는 구글과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등이 2021년 발족한 ‘24/7 무탄소에너지 캠페인’과 비슷한 듯 보인다. 하지만 ‘24시간, 일주일(7일)’ 내내, 연중무휴로 무탄소에너지를 쓴다는 뜻을 담은 이 캠페인의 강조점은 ‘무탄소’보다 ‘연중무휴’ 쪽에 찍혀 있다.

글로벌 400개 이상 기업들이 가입한 알이100의 경우, 기업의 연간 총소비 전력과 총재생에너지 생산량(또는 구매량)만 일치시키면 되고, 녹색 프리미엄 제도처럼 기존 전기요금에 웃돈(재생에너지 투자 요금)을 얹어서 전기를 사용하거나 발전사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족분을 채울 수 있지만, 24/7 무탄소에너지 캠패인에 참여하게 되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실시간 무탄소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사실상 알이백보다 달성하기 더 어렵다.

더욱이 연중무휴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재생에너지는 중요한 발전원으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예로, 구글은 2022년 9월 연중무휴 무탄소에너지 달성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피피에이(PPA·에너지 공급사업자가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직접 공급하도록 허용한 제도) 계약을 맺었다.

또 지난해 프랑스의 대규모 핵발전 가동 중단 사례에서 보듯, 연중무휴 무탄소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조화로운 에너지원 구성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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