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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2년 ‘솜방망이’ 처벌…민주, ‘2년 유예’ 조건부 논의 뜻

Summary

법 시행 전 경영계의 공포와 달리 시행 2년 동안 나름 현장에 안착해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정치권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추가 유예’ 기로에...

법 시행 전 경영계의 공포와 달리 시행 2년 동안 나름 현장에 안착해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정치권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추가 유예’ 기로에 섰다. 법 개정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 쪽은 추가 유예를 위한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론 잇단 일터에서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2020년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계기로 2021년 1월 제정됐고, 이듬해 1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됐다. 민주노총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중소 사업장의) 0.3%에 해당하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처벌을 강화해 원래 적용 대상인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율을 높이는 법”이라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설명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시행돼도 실상 처벌을 받는 기업은 극소수에 그치며,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주에게 “법을 지키라”는 경각심을 줘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시행 2년 동안 기업이 받는 처벌 수준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 시행 이후 450건 이상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대표 등이 기소된 사건은 30건이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4일까지 11건의 법원 선고가 이뤄졌는데, 1건(한국제강)을 빼고 모두 집행유예였다. 법 시행 이전 사용자 쪽이 내세운 공포감에 견줘 실제 처벌이 무겁지 않은 셈이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축소하려는 정부 움직임은 지속해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법에서 형사처벌 규정을 아예 삭제하자는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같은 해 12월 경제 5단체와 만난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재해처벌법에) 결함이 많다”며 “기업이 최대한 피해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를 주장하는 근거로 또다시 준비 부족과 기업의 공포감을 짚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3월 노동부가 한국안전학회에 의뢰해 50인 미만 사업장 1442곳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안전보건 준수 의무를 갖추었거나 준비 중”이라는 답변이 81%였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시행 준비가 잘돼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준비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유예는) 준비 노력을 원점으로 돌리고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확대한다”고 짚었다. 중대재해 사망 사고 10건 중 6건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적용 유예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민주당도 일찌감치 △정부의 공식 사과 △유예 기간 동안 법 시행을 준비할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전제로 논의의 문을 열어놨다. 다만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관련한 논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고, 제 대화의 문도 닫혀가고 있다. (제가)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며 “정부·여당이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 구체적인 안을 갖고 와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미루려면 법 공포 3년 뒤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장현은 기자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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