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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마음의 상처가 깊은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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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빨간 코끼리를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이 말에 따라 빨간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도록 해보라. 빨간 코끼리는 더 집요하게 두뇌에 달라붙을 터다. 왜 그럴까? “그것...

게티이미지뱅크.

“빨간 코끼리를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이 말에 따라 빨간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도록 해보라. 빨간 코끼리는 더 집요하게 두뇌에 달라붙을 터다. 왜 그럴까? “그것을 하지 않겠다” “그것을 잊겠다” “그것을 내려놓겠다”라고 결심했다면, 먼저 마음으로 ‘그것’을 그려야 한다. 그다음에 애써서 ‘그것’을 생각에서 다시 밀쳐내야 할 테다. 이런 과정이 거듭될수록 되레 ‘그것’은 더욱 깊숙이 정신에 새겨져 버린다. 이른바,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Ironic Process of Mental Control)다. 하지 않으려 할수록, 벗어나려 할수록 안 좋은 생각과 행동에 깊이 빠져드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상처가 깊은 친구들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까? “떠올리지 마” “잊어버려”라는 말은 되레 고통만 안긴다. 잊기 위해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곱씹어야 하는 탓이다. 독일의 심리상담사 슈테파니 슈탈은 다른 방법을 일러준다. 그에 따르면, 다시 건강하고 밝은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속 ‘그림자 아이’ 말고, ‘태양 아이’의 손을 잡아야 한다.

윈스턴 처칠을 예로 들어보자. 처칠은 우울증이 아주 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도, 총리였던 그는 밤에 베개를 껴안고 울기 일쑤였다. 자신이 ‘검은 개’(black dog)라고 불렀던 우울함은 끝없이 처칠을 괴롭혔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처칠은 절대 검은 개와 맞서 싸우지 않았다. 버티며 견뎠을 뿐이다. 그는 기분이 나락으로 가라앉을수록 자신의 취미인 그림과 글쓰기에 매달렸다. 처칠은 영혼이 우울이라는 어둠이 관심을 끌도록 하지 않았다. 자기 안의 밝고 환한 부분이 활활 살아나 그림자를 비추도록, 어둠이 저절로 사라지도록 애썼을 뿐이다.

어둠은 아무리 보듬어도 빛이 되지 않는다. 지나간 상처에 매달린다고 해서 아픔이 기쁨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슈탈은 가슴에 새겨진 상처를 그림자 아이라 부른다. 이미 옛일이 되어버린 아픔이 여전히 내 마음에 어둠을 드리운다는 의미다. 반면, 태양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밝고 환하게 만드는 기쁘고 사랑스러운 기억과 생각이다.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 나를 나답게 만드는 즐거운 일을 할 때의 모습을 그려보라. 기억과 생각에 밝음이 찾아드는 순간, 어둠과 그림자는 저절로 사라진다.

그렇다면 상처와 아픔에 버거워하는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감정은 세상을 보는 렌즈다. 분노와 무기력에 휩싸여 있을 때 주변은 온통 적대적으로, 미래는 회색으로 보인다. 감사와 희망이 가슴에 가득할 때는 정반대다. 일상은 따뜻하며 미래는 푸르기만 하다.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는 친구가 있다면, 눈앞의 그림자 말고 태양 아이를 찾도록 해주자. 햇살같이 따뜻한 칭찬과 격려로 보석같이 빛나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하자. 칭찬과 응원은 언제나 성장을 이끄는 좋은 치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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