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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표류하는 연금개혁과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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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주호영 위원장(국민의힘) 자리에 민간자문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창곤 |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지난 16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주호영 위원장(국민의힘) 자리에 민간자문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창곤  |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표류하고 있다. 애초 정부가 ‘맹탕 개혁안’을 내놓을 때부터 예상한 일이었다. 현재 연금개혁을 이끌 유일한 협의 기구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다. 연금특위 1기가 모수개혁, 2기가 구조개혁을 다뤘다면, 3기의 핵심은 연금개혁의 마지막 불씨인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다.

공론화는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이 올 2월 초 일찌감치 언급한 사안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조사를 통해 연금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2기를 지나고서 또 한번의 연장 끝에 이른바 ‘3기 연금특위’가 출범하고도 보름 가까이 흘렀지만, 여태껏 위원회 구성과 실무 지원단은 물론 세부 일정과 절차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최소한의 설계도조차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을 위한 공론화는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국내 연금 역사상에서도 초유의 일이라서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건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진작 기획된데다 이슈의 블랙홀로 작용할 총선 시간표가 째깍째깍 다가오는 마당에서 혹 다른 속내가 있지 않는 한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란 건 특위나 정부·여당이 너무나 잘 아는 일 아닌가. 숙의 단계를 비롯해 공론화가 진행돼도 국민의 관심과 함께 이뤄져야 그나마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늦을수록 총선 정국과 맞물려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개혁 표류의 가장 큰 책임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있음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야당은 아무런 책임이 없나? 특히 지난 정부를 이끌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가 있는가?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긴 하지만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다. 적어도 민주당은 연금개혁의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따지자면 민주당이 개혁에 실패함으로써 윤 정부로 넘어온 사안이다.

윤 정부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에 기초해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민주당은 윤 정부의 연금개혁이 표류하는 데 이르기까지 뭘 했는가? 야당이기에 주도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참작해도 민주당의 태도는 과연 책임정당의 모습이었던가? 그저 국민연금 특위에 참가해 소속 의원들이 몇마디 의견을 제시하는 것 외에 어떤 적극적인 대응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당론을 제시한 적도 없고, 당내 어떤 기구에서도 진지하게 이를 숙의해 나름의 안을 제시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기실 한국 역사상의 두차례 연금개혁은 그 내용에 대한 찬반을 떠나 모두 민주당이 이뤄냈다. 이때의 민주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임에도 제도 개편을 추동했다. 하지만 연금개혁에 대해 이재명 당대표가 언급한 것은 딱 두가지가 전부였다. 하나는 2017년 대선 경선에서 꺼냈던 “만 18살이 되는 모든 청년에게 생애 첫 1개월 보험료를 지원하자”는 걸 다시 꺼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대선 때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자”는 제안이었다.

민주당은 재정계산위원회안이 나왔을 때, 정부안이 제시됐을 때, 최근 특위안이 나왔을 때도 연금개혁의 몸통인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은 물론 구조개혁에 대해 비난 외에 당론이나 대안을 제시한 바 없다. 1998년과 2007년 민주당 정부의 연금개혁 기조는 재정 안정화였다. 소득대체율을 낮췄고, 연금 수령 시기도 늦췄다. 그러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을 포함한 ‘사지선다형’ 안을 내놓았다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넘기고선 결국엔 무산에 이르게 했다. 연금개혁의 표류를 접하면서 책임의 화살을 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에도 던지는 것은 이런 궤적과 태도 때문이다.

솔직히 민주당에 대한 실망은 비단 연금 정책만이 아니다. 민생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민생 대책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데다, 무엇보다 정치개혁의 현안인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당내 모습에서는 퇴행적인 면모까지 노골화하고 있다. 이러니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내려앉았어도 민주당의 신뢰도가 오르지 않는다는 자탄이 당내에서 나오는 지경이다.

오죽하면 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정치는 느리고, 그리고 비겁했다”는 지적을 하겠는가. 민주당에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책임정당으로서 도대체 어떤 사회, 어떤 개혁을 꿈꾸는가? 민주당의 가치와 철학, 원칙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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