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말고 ‘모모’…“사랑하는 걸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Summary
동성 부부의 출산을 다룬 책 ‘부모 말고 모모’의 저자 로진느 마이올로(왼쪽)와 나탈리, 그들의 딸 쥘리에트. 사계절 출판사 제공 ‘모모’(엄마 두 명이 양육자인 가정). 지난 6...
동성 부부의 출산을 다룬 책 ‘부모 말고 모모’의 저자 로진느 마이올로(왼쪽)와 나탈리, 그들의 딸 쥘리에트. 사계절 출판사 제공
21일 저녁 온라인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난 로진느(오른쪽)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계절 출판사 제공
아래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로진느의 대담.
장: 얼굴과 이름,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낸 용기의 근원은 뭔가.
로: 내가 사랑하는 프랑스가 앞으로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더 이상 우리가 숨지 않고, 사회가 동성 부부와 동성 부모를 따뜻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돕고 싶었다. 이 책이 다른 나라 특히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장: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나 비혼출산 등 가족구성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다른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생생하게 공유할 수 있어서 기뻤다. 지난 5월 가족구성권 3법을 발의했는데, 국회에서 다른 의원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로: 의원님의 활동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대단한 일이지만 얼마나 외로울지 짐작이 된다. 동성 커플에게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주요 논거는 뭔가.
장: 종교적 이유가 대부분이다. ‘성경이 동성애를 부정하기 때문에 동성애는 안된다’ ‘신의 섭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성애 때문에 출생률이 줄어든다’거나 ‘동성애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국회의장조차 저출생 해결책으로 ‘동성애 치유 운동’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 국회의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 국회의원 300명 모두 그렇게 여길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 : 의원님이 하는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프랑스에서도 (동성혼이나 동성부부의 보조생식술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기 전엔 일부 정치인이나 국민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끔찍한 시위를 했다. 하지만 법이 바뀐 뒤엔 이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모두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 의회에는 하원 의원 577명, 상원 의원 348명이 있는데 이 중 63%가 남성이다. 양성평등과 관련해서 한국 상황은 어떤가.
장 : 한국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작가님의 긍정적인 태도를 모방해 ‘한국 사회가 이렇게 문제가 많구나’라기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바꾸어 나갈 현실이 이렇게 남아 있구나’라고 생각해야겠다.
로 :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나 보조생식술을 허용하는 게 이성 커플의 권리를 뺏는 게 아니라는 주장에 어떻게 반응하나. 낮은 출생률에 도움 될 거라고 생각하나.
장 :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낮은 출생률이 화제인 모양이다. 비혼 출산의 문제는 사람들에게 큰 거부감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 것 같다. 특히 당사자인 여성들은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동성 결혼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결부돼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일종의 무지에서 오는 불안이 있는 것 같다. 우려스러운 건 김규진씨의 임신과 출산이 기사화됐을 때 아이에 대한 차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차별이 문제라면 차별하는 사회를 바꿔야 하는데 차별받을 아이를 낳는 부모가 문제라는 식으로 여성을 비난하는 사회는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비혼 출산을 꿈꾸는 여성들이 있다.
로 : 그들이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경을 넘어야 하더라도 주저하지 마셔라. 부모가 간절히 원해서 태어난 아이는 행복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 여성이 다른 여성과 함께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사회가 여러분을 인정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변화가 아주 더디게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평등한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도 동성 커플이 함께 살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허용되는데 22년이 걸렸다.
장 : 1년 안에 다하고 싶다.(웃음) 변화는 더디게 일어 날 수 있지만 분명히 평등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가님이 책을 쓸 당시만 하더라도 프랑스에서 동성부부의 보조생식술 허용이 안됐는데, 지금은 허용됐다. 변화 만들어낸 힘은 뭔가.
로: 가장 큰 힘은 시간이다. 사회가 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장 의원처럼 용기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선 오랫동안 이혼이 금지됐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계속해서 사랑하고 헤어졌다. 이렇듯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발 맞추고 또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법이 변화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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