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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프락치 강요’ 피해자에 “국가 배상”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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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군대에 강제 징집되거나 녹화·선도 공작을 통해 프락치(신분을 속이고 활동하는 정보원) 활동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첫 법원 판...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군대에 강제 징집되거나 녹화·선도 공작을 통해 프락치(신분을 속이고 활동하는 정보원) 활동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23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프락치 강요 피해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꼭 1년 만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황순현)는 전두환 정권 당시 고문을 받고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한 박만규·이종명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3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국가가 이들에게 각각 9천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진실화해위의 결정과 증거에 의하면 원고들이 불법으로 구금되고, 폭행·협박을 받았으며 양심에 반해 사상 전향을 강요받고 동료들의 동향을 파악하도록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사실, 프락치 이후에도 감시와 사찰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도 인정돼 대한민국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날 법원은 진실화해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 “진실화해위의 결정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하다” 항변하고 ‘소멸시효 만료’까지 주장한 피고(대한민국)를 꾸짖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대한민국)는 현재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국가는 이미 과거사정리법을 제정하면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이는 국가배상 방법으로 보상하는 것도 수용한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불법은 국가가 피해를 회복하겠다 해놓고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건 권리남용으로 용납하기 어려워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1983년 9월께 군 복무 중에 육군 보안사령부 분소가 있는 과천의 한 아파트로 끌려가 열흘 가까이 고문을 당했고, 같은 해 11월 말에도 507부대 조사실에서 22일 동안 억류돼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 박 목사와 같은 대학교를 다녔던 이 목사는 학군장교(ROTC) 후보생이었던 1983년 9월 영장도 없이 507보안대로 끌려가 일주일간 고문을 당하며 조사를 받았고,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했다.

박 목사는 재판장을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진실화해위원회 결정 이후 국가가 우리들에게 구제책을 내놓거나 사과를 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까지 왔다”며 “진실화해위가 인정한 국가의 불법행위가 법적으로도 인정돼 다행스러우면서도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런 피해를 입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고 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프락치 강요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만 187명이어서 국가배상 소송은 계속될 전망이다. 프락치 강요 진상규명위원회는 현재까지 114명이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박 목사는 “피해자들이 하나하나 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자체적으로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보상이나 치유를 지원하고 진실화해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1월 ‘강제 징집·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방 의무라는 명목으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정권 유지 목적으로 전향과 프락치를 강요 당했다.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교육부, 병무청 등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경제·사회적 피해에 대한 회복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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