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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꾸준히 우리 곁에 있었다…위생 아닌 밀집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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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솔 소셜에디터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

황인솔 소셜에디터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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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포비아’(빈대 공포증)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면서 ‘지하철 타기 무섭다’, ‘영화관에 못 가겠다’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빈대 제로’를 위해 대대적인 방역에 나섰는데요. 1970년대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가 다시 출몰한 이유는 뭘까요? 빈대 박멸, 가능할까요? 빈대, 모기와 같은 위생 해충을 연구해온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The 1] 빈대, 다 사라진 거 아녔어요?

양영철 교수: 관심이 적었을 뿐 빈대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빈대가 출몰하는 지역은 주로 찜질방이나 고시원, 쪽방촌, 기숙사인데요. 외국인의 유입이 잦은 곳이란 공통점이 있어요. 실제 저는 10년 전부터 빈대 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요. 특히 케이(K)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2015년부터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전까지, 외국인 관광객과 함께 빈대도 많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돼요. 당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서울시 목동 찜질방·고시원에서 빈대를 직접 확인했으니까요. 2015년도쯤엔 빈대에 물린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요.

조심스럽지만 지난 8월 전북에서 잼버리 대회가 열렸잖아요? 당시 152개국에서 4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들어왔어요.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조기 퇴소한 잼버리 대원들이 수도권, 지방 곳곳으로 흩어져 견학이나 여행을 다니는 과정에서 빈대가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The 2] 한국에 얼마나 퍼져있는 거예요?

양영철 교수: 빈대가 본격적으로 퍼졌다고 보긴 아직 일러요. 빈대는 외국인 여행객의 가방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 동선을 중심으로 빈대가 있어요. 지금 빈대가 확인되는 곳들을 보면 주로 외국인들이 자주 가거나 거주하는 공간이거든요. 그런데 외국에 나간 적도 없고, 외국인과의 접촉이 적은 우리나라 국민이 사는 집에서 빈대가 나타났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구로차량사업소에서 방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The 3] 그동안 왜 관리가 안 됐을까요?

양영철 교수: 쉬쉬하다 보니 문제가 표면화되지 못한 거죠. 빈대는 위생과는 상관이 없어요. 날개가 없어 사람의 옷, 짐에 붙어 이동하다 보니 밀집된 환경이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쪽방촌이나 고시원과 같은 주거 취약시설은 밀집된 환경 탓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 보니 적극적인 방제가 어려워요. 빈대를 발견해도 즉시 박멸이 어려운 거죠. 그러다 보니 빠르게 퍼지고요.

결국 이런 곳은 정부가 자주 들여다보고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요. 전염병을 옮기지 않는 빈대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관리대상 해충이 아니에요. 빈대를 봐도 신고할 의무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실태 파악이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The 4] 박멸은 못 시키나요? 살충제 확 뿌리면 안 돼요?

양영철 교수: 빈대가 기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는 저항성(약물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해되는 현상)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 살충제를 뿌리는 건 효과가 없어요. 빈대가 죽지 않는다고 오히려 약의 농도를 올렸다간 동·식물이나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죠. 환경부가 그나마 저항성이 낮은 네오니코티노이드(디노테퓨란) 계열 살충제를 빈대 살충 목적으로 긴급승인했는데, 가정용 제품은 없어요.

특히 어린이집이나 노인요양시설과 같은 감염 취약시설에 미리 살충제를 뿌리는 건 주의해야 합니다. 빈대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데 살충제를 뿌려봤자 도움이 안 돼요. 오히려 과도하게 살충제를 뿌렸다가 매스껍거나 근육 경련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 누가 책임질 건가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거죠.

[The 5] 집에선 뭘 하면 될까요?

양영철 교수: 빈대는 나타났을 때 빨리 잡아 추가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합니다. 첫째, 빈대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에 (주로 있는) 침대 주변에 청소기를 두고 보자마자 빨아들이고요. 둘째, 청소기 필터 안쪽에 살충제를 수차례 뿌린 뒤 비닐에 밀봉해 폐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팀다리미와 같은 고온 스팀기로 빈대 서식 지점에 열처리합니다. 불안한 분들은 침대 프레임 틈에 살충제를 뿌리면 됩니다. 외투가 두꺼워졌으니까 귀가할 때 현관에서 옷을 털어내는 것도 좋습니다. 주머니도 확인하고요. 빈대가 가방 지퍼에 잘 숨으니, 여행 뒤엔 가방을 비닐봉지에 싼 뒤 살충제를 뿌리고 3일 뒤 환기하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빈대의 특성, 빈대 출몰과 방제의 역사, 기후위기와의 연관성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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