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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체제 안정’…이종석 헌재소장 후보를 읽는 열쇳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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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재판관 6년 임기를 마치고 10일 퇴임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재판관 6년 임기를 마치고 10일 퇴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이종석(62·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했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3일 국회에서 열린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이 후보자는 ‘강한 보수’로 평가된다. 이 후보자의 이런 성향은 그가 헌법재판관으로 일하며 낸 ‘위헌’ 의견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12일 한겨레는 법률 인공지능 스타트업 엘박스에 법률 통계 분석을 의뢰해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 시작(2018년 10월) 때부터 올해 7월까지 헌재 결정 1781건을 분석했다. 위헌 의견은 법체계에 대한 재판관의 소신을 보여주는데, 이 후보자는 255차례(14.3%) 위헌 의견을 냈다. 그 내용을 보면 개인의 자유나 국회의 권한보다 체제 안정성과 행정부의 권한을 옹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 후보자가 위헌 의견을 낸 사건 가운데 주요 법률에 대한 심판이나 권한쟁의심판 등을 중심으로 80개 결정문을 추려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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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등 행정부 권한은 옹호

이 후보자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의 입법 과정에 대한 위헌성 판단에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훼손하여 그 소추권 및 수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처리된 과정도 위헌으로 봤다.

이 후보자는 “수사권과 소추권은 헌법이 검사에게 부여한 권한”이라고 전제한 뒤 “(개정 법률이) 법무부 장관의 관장 사무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이라는 행정부 권력을 견제하는 성격의 법률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것으로, 이 후보자의 보수적 성향이 드러난다.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었다가 교체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받았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도 이 후보자는 다른 보수 성향 재판관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법안에 반대했던 오 의원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같은 당 원내대표 김관영 의원의 요청 및 문 의장 승낙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에서 사임됐고, 대신 채이배 의원이 보임됐다.

당시 다수 재판관이 “사·보임 행위는 국회의 자율 영역”이라는 취지로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 후보자는 문 의장의 결정을 “자의적인 강제 개선(위원 교체)”이라고 보고 “헌법규범인 자유위임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의 또 다른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의 관점에서도 법률을 위반한 정도가 크다.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며 “사개특위 개선은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기본권 제한 법안에는 ‘합헌’

이 후보자는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안에는 ‘합헌’ 의견을 주로 냈다. 교원·사회복무요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심판에서 정당이 아닌 ‘그 밖의 정치단체’ 활동까지 제한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고 본 다수 재판관의 의견과 달리 이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일반 국민보다 더욱 넓고 강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면서 ‘합헌’ 의견을 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정책실장 신분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때도 이 후보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보다는 선거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합헌 의견을 냈다.

선거 90일 전 후보자 명의의 칼럼 게재 제한을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한 사건에서도 이 후보자는 인터넷 선거보도의 공정성 확보를 이유로 합헌 의견을 냈다.

재산권 제한 법안에 ‘위헌’…“경제적으로도 보수”

경제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안은 ‘진보적 법률’로 분류된다. 이 후보자는 이런 법안이 헌재에서 쟁점이 될 때 주로 ‘위헌’ 의견을 냈다.

제3자가 불법재산임을 알고도 취득한 재산을 검사가 별도 재판 없이 추징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할 때, 이 후보자는 ‘위헌’ 의견을 냈다. 제3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자는 2019년 정부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처에 대해서도 위헌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금융위원회의 이런 결정에 대해 초고가 아파트를 ‘15억원 이상 아파트’라고 규정하는 기준 등 법적 근거가 없는 대책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법률유보원칙( 정부의 규제가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에 반해 청구인의 재산권 및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10만원 이상 현금 거래를 할 때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할 때도 이 후보자는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따른 감면의 여지 없이 과도하게 부과되는 과태료 제재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2020년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재산세 중과세 부과 조항에 대해 헌재 다수 재판관은 “사치·낭비풍조를 억제하는 입법 목적에 맞는다”며 합헌 결정을 했지만, 이 후보자는 “이용행위의 사치성이나 시설의 이용접근성 측면에서 회원제 골프장은 대중 골프장 등 다른 체육시설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중과세 부과는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소장은 재판관들과 평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성향이 극단적인 후보자는 부적격”이라며 “이 후보자는 그동안 정치·경제 면에서 일관되게 보수 성향을 보여줘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오연서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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