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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찍어내는 기계된 법원…검찰 수사 사법적 통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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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검증보도’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이 언론사는 물론 다수의 기자 주거지까지 압수수색해 ‘과도한 수사’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검증보도’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이 언론사는 물론 다수의 기자 주거지까지 압수수색해 ‘과도한 수사’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법원의 압수수색검증영장(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사실상 100%에 달해, 검찰 수사를 견제해야할 법원마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개시 범위가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축소됐기 때문에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인지 여부를 제대로 따져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100%에 가까운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3년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영장은 39만6807건이다. 이중 전부 발부가 된 것은 36만1613건으로 전체의 91.1%에 달한다. 여기에 일부 대상을 제외(일부 기각)하고 발부된 3만1576건을 합치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99.1%에 이른다. 전부 기각된 압수수색영장은 3618건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사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숫자도 2018년 25만701건에서 지난해 39만6807건으로 4년 사이 58.3% 늘었다.

영장 청구는 급증하는데 법원은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발부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법원 역시 압수수색영장 심사 단계에서 검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지난 2월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심사를 할 때 필요하면 수사기관 관계자를 불러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이른바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다. 수사 검사 등에게 영장 발부의 필요성을 소명받겠다는 취지다.

검찰은 수사 기밀 유출과 수사 지연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윤석열 검증보도 수사와 같이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 자체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 도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법원이 형사소송법의 또 다른 원칙이자 헌법 12조에 명시된 ‘적법 절차의 원칙’을 수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기자의 주거지 압수영장까지 발부할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의 수사 범위에 대한 논란도 있는 상황이라 법원이 영장 발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배 단국대학교 교수(법학과)는 “법원은 법률 해석의 최종 권한을 가진다. 법률로 수사개시 범위가 제한되었는데도,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수사하면 통제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기계적으로 영장을 발부해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 원칙이 법치주의의 핵심인데 수사기관이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법원이 아니면 누가 통제하겠냐”고 말했다.

정환봉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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