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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방해 탓 ‘레드카드’ 주면 아동학대?…헌재 “기소유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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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육 교직원 교권보호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전국 17개 시도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육 교직원 교권보호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수업 중 소란을 피우던 학생에게 ‘레드카드’를 주고 방과 후 청소를 시킨 담임교사 ㄱ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레드카드를 주는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헌재는 지난해 4월 전주지검에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 ㄱ씨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낸 헌법소원을 지난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급 담임을 맡고 있던 ㄱ씨는 2021년 4월 수업 중 한 학생이 생수 페트병으로 계속 소리를 내자 그 학생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다. 레드카드를 받으면 방과 후 청소를 한다는 애초 학급 내 약속에 따라 학생은 수업이 모두 끝난 뒤에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ㄱ씨는 이 모습을 보고 학생에게 하교하라고 했다.

다음날부터 학생은 등교를 거부했고 학부모는 한 달가량 학교 방문, 전화 등을 통해 담임교사 교체를 지속해서 요구했다. ㄱ씨는 스트레스로 한 달 뒤 병가를 냈지만, 학부모는 2021년 7월 ㄱ씨를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이 학생은 2021년 10월 정신과 병원에서 야경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았는데 진단서에는 ㄱ씨가 레드카드를 준 일이 원인으로 언급됐다.

2022년 4월 검찰은 “ㄱ씨는 레드카드가 있는 곳에 피해아동 이름표를 붙이고, 수업 종료 후에도 피해 아동을 하교시키지 않고 남긴 뒤 약 14분간 교실 청소를 시켜 피해아동에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뒤의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고 이 역시 엄연한 공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헌재는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수사 미진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며 ㄱ씨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2021년 4월20일 이 학생이 담장에서 떨어져 늑골염좌 진단을 받고 결석하게 된 점, 같은 해 6월 같은 반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점 등에 주목해 “피해 아동은 낙상사고,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도 경험했기에, 결석이나 야경증 등 진단이 레드카드로 인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레드카드와 해당 학생의 야경증 등 진단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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