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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부를 하게 된 동기 ‘옆 친구’

Summary

상민(가명)이는 직업학교 제자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아이다. 직업학교에 다녔을 때 나와 모험놀이 3단계 상담인 ‘108 질문’에 답하...

상민(가명)이는 직업학교 제자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아이다. 직업학교에 다녔을 때 나와 모험놀이 3단계 상담인 ‘108 질문’에 답하면서 어렸을 적 소방관의 꿈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 소방관을 준비하고 있다. ‘108 질문’은 하루에 한가지씩 내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찾아가는 상담법이다.

오랜만에 상민이에게 연락을 했다. “상민아 잘 지내지? 시험공부는 잘 되니? 궁금해서 전화했어.” “저 영어와 한국사 붙었어요!” “대단한데! 한번 만나자!” 그렇게 지난 달 초에 학교 앞에서 만났다.

상민이가 교문 앞에서 반갑게 달려왔다. 굵은 검은 테 안경이 잘 어울렸다. “살쪘네.” “네. 14㎏ 쪘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니 살이 붙었어요.” “키도 더 커진 것 같은데?” “허리가 펴진 것 같아요.” 우리는 학교 옆 자주 갔던 카페로 갔다.

공부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는지부터 물었다. 처음 시험에서는 한국사를 30점 맞았다고 했다. 한 번 떨어졌을 때는 쉬운 줄 알고 대충 했다가 ‘현타’가 왔다고 한다. 친구도 몇 점 차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열심히 하기 시작했단다. 문제를 보고 답을 고르는 공부를 하다가 보기 1번, 2번, 3번, 4번을 모두 다 해석하면서 공부에 대한 감을 잡았다고 했다. 영어는 법칙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합격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공부를 통 하지 않다가 공부를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한참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의지”라고 답했다. 어떤 때 의지가 생기는지 물었다. 친구가 복싱과 헬스 둘 다 다니는 것을 보고 나니 복싱 하나만 다니면서도 힘들어서 변명하던 자신에게 헬스까지 다니는 의지를 만들어 주었단다.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볼 때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의지’의 반대 상황을 물었다. 친구가 피시방 가자고 하면 따라간 것, 친구가 담배 펴보라고 하면 궁금해서 펴본 것을 말하면서, 그냥 친구가 하는 것을 따라서 해보고 싶을 때라고 말했다. 즉, 의지의 반대를 ‘무생각’이라고 했다. ‘무생각’이 의지로 흐름이 바뀐 게 고등학교 3학년부터라고 했다. 그때부터 ‘좋은 친구’와 ‘안 좋은 친구’로 나뉘었다고 했다.

전에는 뭐든 잘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복싱과 헬스로 근육까지 만들면서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했다. 앞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소방관 시험에 붙기 전까지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합격 후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감이 생기니까 더 편안해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신문에서 20년간 공사장 일용직 근로자 생활을 하다가 57살에 초중고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60살에 간호조무사가 된 주인공의 사연을 읽었다. 뒤늦은 도전을 한 계기는 60살인 지인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민이도, 공사장 일용직 아주머니도 자신과 타자 사이에 순간 장벽이 사라지고 감정이입이 되면서 의지가 생긴 것이다. 학교나 학교 밖에서 ‘긍정적 거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 hoho61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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