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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홍범도 추모 부스 막은 서대문구청 “민감한 사안, 이용객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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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침 10시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홍범도 장군의 사진이 놓여있다. 고병찬 기자 서울 서대문구청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 부...

25일 아침 10시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홍범도 장군의 사진이 놓여있다. 고병찬 기자

서울 서대문구청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 부스 설치를 막았다. 논란이 커지자 구청은 “실무자의 착오”라며 뒤늦게 부스 설치를 허용했다. 

25일 오전 민족문제연구소는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국민 추모 부스를 설치하려 했으나 서대문구청이 장소 신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전날까지 구두로 ‘설치해도 된다’는 설명을 들었고, 이날 아침 8시께부터 천막 등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구청 공무원들이 장소 사용을 불허하겠다는 공문을 들고 와 막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구청 쪽 제지에도 불구하고 부스 설치를 강행했다.

25일 아침 10시께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국민 추모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서대문구가 민족문제연구소에 제시한 공문을 보면, 서대문구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공원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질서유지를 위해 장소사용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해당 부스는 민족문제연구소·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이 국가보훈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 행사’의 일환으로 설치한 것이다. 서대문구가 정부 후원 행사를 막아선 모양새다. 

현장에서 만난 서대문구청 푸른도시과 담당자 ㄱ씨는 한겨레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내부 규칙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소음을 발생시키는 경우 장소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고 했다.

25일 서대문구청이 민족문제연구소에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국민 추모 부스 설치하는 것을 불허한다며 보낸 공문.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어제까진 구두로 부스 설치를 허용했는데, 오늘 갑자기 공문을 들이밀며 막았다”며 “국민의힘 출신 서대문구청장이 용산 대통령실 눈치를 보고 뒤늦게 막은 것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구청 담당자 ㄱ씨는 “이미 19일에 결재가 난 공문을 이메일로 발송했다고 착각해 오늘 (현장에서) 공문을 전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부스를 강제로 철거할지 여부에 대해선 “내부 보고 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 실장은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관리하는 서대문구청조차 퇴행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유감”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대문구청은 “부스 설치를 막은 건 주무부처의 착오”라며 부스설치를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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