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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아파트, 주민들 반대에도 경비원 절반 해고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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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단지 내 각 동 라인마다 경비실이 있는 모습. 윤연정 기자 예산 절감 명목으로 경비원을 대량해고하려던 입주자대표회의와 반대하...

지난 10월2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단지 내 각 동 라인마다 경비실이 있는 모습. 윤연정 기자
예산 절감 명목으로 경비원을 대량해고하려던 입주자대표회의와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 갈등이 오래 이어지던 서울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서 결국 경비원 중 절반이 해고됐다. 형식상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 해도 경비노동자를 한 번에 절반가량 감축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아시아선수촌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전날 52명의 경비원이 해고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경비원들이 소속된 용역업체는 해고대상 경비원 52명에게 ‘근로계약만료(종료) 통지서’를 문자로 보냈다. 문자를 받은 경비원 52명은 오는 31일부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 앞서 지난 15일 용역업체는 경비원들에게 근로계약만료 통보서를 보낸 바 있다. 경비노동자들은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고, 업체는 아파트 쪽과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있다.

아파트에서 3년 동안 일했다는 최아무개(67)씨는 “나처럼 나이가 많거나 올해 입사자, 시말서 등 징계받았던 분들이 대상이 됐다고 들었다”며 “이들 중에는 주민들과 소통 많이 하고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은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일한 경비원 차아무개(59)씨는 “해고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며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현장 팀장 등과 친분이 없어서 힘의 논리에 의해 해고 대상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제대로 된 대책 없이 경비원부터 일단 자른다며 반발했다. 20년 넘게 거주했다는 50대 주민 손아무개씨는 “이 아파트는 주변에 공원과 전철역이 있어서 산책하거나 시간 단축을 위해 단지를 통과해 다니는 경우가 많아 안전이나 보안 문제에 민감하다”며 “또 오래된 나무가 많다 보니 곳곳에 어두운 곳이 있어서 경비원들의 존재가 심리적으로 의지가 됐는데 무작정 경비원부터 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 790세대(총 1356세대)는 지난 16일 송파구청에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에 대한 민원을 넣기도 했다.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 10월23일 이뤄진 의결(경비원 축소)에 대한 재심의 요구에 불응한 것에 대한 행정지도를 요청했다. 관리규약 제39조 등에서는 주민들의 재심의 요청이 있으면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하고 동별 대표자가 직접 출석해 안건으로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는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입주민 대상 전체 투표를 거쳐 경비원 감축을 추진했지만, 매번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설문을 통해 주민 의견을 듣는 식의 ‘꼼수’로 이런 감축안을 통과시켰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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