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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여러분 감옥 가야 한다”…한신대 ‘강제출국’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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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어학당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이 11월27일 버스에 올라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한신대 제공 영상 갈무리 한신대가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한신대학교 어학당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이 11월27일 버스에 올라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한신대 제공 영상 갈무리

한신대가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들에게 출국을 종용하면서 “평택 출입국사무소로 가면 여러분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협박한 정황이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동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이 동영상은 지난 11월27일 한신대 어학당 교직원들이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 외국인등록증을 받으러 출입국사무소로 가야 한다고 속여 버스에 태운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도중에 촬영됐다. 동영상을 직접 본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법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저지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영상을 보면, 한신대 어학당 소속으로 보이는 교직원은 버스 안에서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 “우리가 평택출입국사무소로 가면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 그래서 국제교류팀장님, 원장님, 저, 여러분들과 이제 상의를 해서 인천공항으로 가서 우리가 미리 (우즈베키스탄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영상은 “지금부터는 핸드폰을 다 수거한다. 핸드폰을 옆에 있는 경호원 선생님들에게 전달하라”고 교직원의 요구와 함께 끝난다. 사건 당시 우즈베키스탄 학생이 앉은 자리에서 몰래 찍은 이 동영상에는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상황은 담기지 않았고, 한국인 교직원의 말과 우즈베키스탄어 통역자의 음성만 들을 수 있다.

앞서 한신대 어학당에서 공부하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3명은 지난달 27일 오전 ‘외국인등록증 수령을 위해 출입국관리소에 가야 한다’는 학교 쪽 말을 듣고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버스는 처음 이야기와 달리 평택의 출입국관리소로 가는 대신 화성 병점역에서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을 태운 뒤 곧장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교직원과 경호업체 직원들은 건강 문제를 호소한 1명을 제외한 22명을 미리 예매해둔 귀국행 비행기에 태웠다. 한신대는 ‘강제 출국’ 논란이 일자 “불법체류 발생을 우려해 출국 지도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본 법조인들의 판단은 달랐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충분한 정보제공 없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를 만들어 놓고 당사자의 선택을 강요하는 건 당사자의 자발적인 의사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림 변호사는 “학교가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데다, 심지어 차에 태운 뒤 사설경비업체 직원까지 동원한 상황이다. 사실상 감금한 것이고, 이런 행위를 특수협박이라고 부른다. 학교 이익을 위해 이런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국외이송목적으로 약취 유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한신대 쪽이 유학생들에게 한 설명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학생 중 다수가 체류를 위한 잔고증명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당시엔 보호대상이 되거나 체류 자격을 잃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입국관리소에 가더라도 학교가 말하는 감옥, 즉 보호소에 갈 이유가 없다. 체류 자격을 잃었더라도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학생들에게 자진 출국 등을 권하는 게 원칙이다. 김지림 변호사는 “학교가 버스 안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정보 중에 사실인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한신대는 주한우즈베키스탄대사관이 상황 파악에 나서자 문제가 되는 장면을 삭제한 편집 영상을 제공했다. 앞서 한신대가 취재에 나선 한겨레에 보내온 영상에도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 “핸드폰을 다 수거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빠져있다. 대신 출입국관리소에 가는 줄 알고 웃으며 버스에 오르는 학생들 모습과 한신대 어학당 직원이 “여러분의 잔고증명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장면 등만 담겼다. 아래는 녹취 전문(우즈베키스탄어 통역 제외)

“자 그래서 우리가 평택출입국사무소로 가면 여러분들은 감옥에 가야 돼요.”

“그래서 국제교류팀장님, 원장님, 저, 여러분들과 이제 상의를 해서 인천공항으로 가서 우리가 미리 나갈 거예요.”

“그래서 3개월 뒤에 여러분들이 통장잔고를 채워서 다시 들어와야 돼요.”

“만약에 이걸 어기면 그냥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감옥에 있다가 강제 출국을 당해요.”

“다시는 대한민국에 못 들어와요.”

“지금은 마음이 좀 아프지만 이렇게 통제에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에 갔다가 다시 오기를 희망합니다.”

“자, 지금부터는 핸드폰을 다 수거합니다.”

“핸드폰을 옆에 있는 경호원 선생님들에게 전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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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19996.html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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