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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렌털, 아프면 사채”…빚내야 일할 수 있는 배달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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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노동자. 한겨레 자료사진 “배달을 하려면 오토바이가 있어야 하니 렌털을 했어요. 1년 렌털 비용이 700만원 정도 들어요. 신용에 문제가 있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으니 배...

배달노동자. 한겨레 자료사진

“배달을 하려면 오토바이가 있어야 하니 렌털을 했어요. 1년 렌털 비용이 700만원 정도 들어요. 신용에 문제가 있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으니 배달업체 사장 명의로 렌털했어요. 하루 8~10시간을 일하면 12만~15만원을 버는데 업체 사장에게 오토바이 렌털비와 이자로 하루 2만~3만원씩을 갚고 있어요. 빚 갚느라 벌어도 남는 게 별로 없어요.”(20대 ㄱ씨)

“올해 초 배달업체 지점을 냈다가 영업이 되지 않아 1000만원의 빚을 졌어요. 금융 대출로 빚을 갚았지만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해도 한달 200만원도 못 벌어요.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가 부족해 사채를 끌어다 썼어요. 법정 최고이자율(연 20%)이 넘는 연 66% 이율의 사채를 갚고 있어요.”(30대 ㄴ씨)

사회적협동조합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광주청지트)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빚내야 일할 수 있는 사회―렌털로 시작하고 불법 사채에 갇힌다’의 배달노동자들 이야기다. 보고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30대 배달노동자 11명의 상담 사례를 담았다.

이들 배달노동자는 오토바이 보증금과 렌털비로 700만~1000만원의 빚을 지고 일을 시작했다. 신용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 김서희 광주청지트 사무국장은 “영세 배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오토바이를 임대하면서 빚을 지고 일을 시작했다가 질병·사고 등으로 소득이 불안정해지면 결국 불법 사채까지 끌어 쓴다”고 말했다.

배달업체의 구인 광고.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제공

배달노동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오토바이 렌털비 등 부담을 꼽는다. 배달노동자 ㄷ씨는 “렌털비, 유류비 등을 제외하면 배달노동자들의 실소득은 월 200만원 정도”라며 “배달업체의 구인 공고에서 제시하는 ‘급여 600만원’은 실제로 12시간 이상을 쉬는 날 없이 했을 때 가능한 소득”이라고 말했다. 배달을 그만두더라도 렌털비 부담은 이어진다. 김 사무국장은 “만약 렌털 계약 기간 전에 일을 그만두려면 위약금을 내거나 남은 (오토바이) 렌털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노동자들은 아파도 쉬기가 힘든 구조에 놓여 있다. 보고서는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 활동의 정도를 측정하는 ‘활성도’에 따라 일을 배분하기 때문에 일을 쉬면 의뢰 건수가 준다”고 밝혔다. 또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험 등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0년 광주광역시 비정규직지원센터의 ‘배달노동자 실태조사’에서도 산재보험 가입자는 4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업체 사장이 배달노동자들에게 고금리로 사채를 빌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김 사무국장은 “한 배달노동자는 일을 많이 하지 못해 생활이 어려워지자 배달업체 사장에게 연 20% 이상의 이율로 돈을 빌려 갚고 있었다”며 “배달 대행업체 노동자들의 불법 사채 피해에 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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