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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성지’ 양양 백사장 위에 건물이…해변 사유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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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지난 4일 설악해수욕장에서 백사장에 짓는 건물에 대해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내준 양양군을 비판하고 있다. 공사장 바로 앞에 바다가 있...

김성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지난 4일 설악해수욕장에서 백사장에 짓는 건물에 대해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내준 양양군을 비판하고 있다. 공사장 바로 앞에 바다가 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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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이 개인 겁니까?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하는 백사장에서 특정인만 장사할 수 있는 건물을 허가한 것 자체가 특혜 아닙니까!”

지난 4일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성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국장을 따라 백사장에 들어서니 ‘위험! 접근금지’라고 적힌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반대편에는 ‘전문 쉐프의 브런치 뷔페를 즐겨보세요. 2024년 1월 오픈 예정’ 등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울타리 너머로는 콘크리트 기초에 철골조로 건물 뼈대를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 1288㎡에 음식점과 소매점, 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 국장은 “백사장 1288㎡에 상업용 건물을 짓는 것을 보니 지역 주민들이 여름 한 철 가건물을 지어 장사하도록 허가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모래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을 허가하면 백사장 전체가 술집과 카페 등으로 가득 찰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원도 양양군 설악해수욕장 백사장에 짓고 있는 건물 모습. 이 건물에는 음식점과 소매점, 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모래 유실로 사실상 해변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남쪽을 제외한 북쪽 해변 백사장의 상당 부분을 이 건물이 차지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인근 현북면 중광정해변에도 카페와 술집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일부 상가 건물에는 대형 수영장까지 조성됐다. 김 국장은 “중광정해변은 바다와 백사장, 얕은 구릉과 습지로 연결돼 다양한 해안 식물이 자라고 여름새 등의 번식처 역할을 하던 곳”이라며 “하지만 서핑 광풍이 불면서 도로가 생기고 습지는 메워 주차장을 만드는 등 해안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서핑 성지’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 중광정해변 백사장에 들어선 건물 모습. 이곳에선 술과 음식 등을 판다. 박수혁 기자

‘서핑 성지’로 유명한 양양 해변 백사장에 우후죽순 상업용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인 백사장에 개인이 상업용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근거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공유수면법)이다. 공유수면은 바다나 호수, 백사장 등과 같이 공공용으로 사용되는 수면을 말한다. 이 법에는 공유수면을 점용·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규정이 있는데 여름철 해수욕장을 운영한다거나 부두·방파제·다리 설치 등과 같이 제한적 허용을 통해 공공복리를 증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공유수면법’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갖춰 해당 지자체에 신청한 뒤 점용·사용 허가를 받으면 공유수면인 백사장에도 식당이나 카페 등과 같은 건물을 지어 독점적·배타적 사용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보통 임시시설인 가설건축물로 허가를 받지만 건축물은 허가 기간이 ‘30년 이내’로 규정돼 있어 건축물 내구연한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영구 건축물이 백사장에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특히 점용·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설악해수욕장 건물 사례를 보면, 1년에 약 70만원(2024년 추정치) 수준에 불과하다. 연간 수십만원에서 많아야 수백만원의 비용만 내면 ‘핫한’ 양양 해변에 건물을 지어 장사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양양지역 공유수면 허가 면적은 2017년(59건·20만7762㎡)이나 2018년(61건·23만6636㎡)만 해도 20만㎡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1년 100건·50만6760㎡, 2022년 89건·43만403㎡로 2배 정도 늘었다. 올해도 11월 현재 80건·46만8477㎡로 축구장 면적(7140㎡)의 65배가 넘는 공유수면에 대해 허가가 났다.

이처럼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가 늘고 있지만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 등이 모호해 특혜 의혹 등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공유수면법 12조를 보면, ‘허가 기준’으로는 공유수면 점용·사용 면적, 기간, 방법 등의 적정성과 해양환경·수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백사장에 카페나 술집 등과 같은 상업시설이 얼마든지 들어설 여지가 있는 셈이다.

‘서핑 성지’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 중광정해변 백사장에 들어선 건물 모습. 이곳은 백사장 위에 수영장도 조성했다. 박수혁 기자

이에 환경단체들은 백사장에 들어섰거나 공사 중인 건축물 허가 취소 운동을 펼치고 있다. 상업용 건축물은 ‘공유수면법’에 근거해 허가가 났는데 이는 법 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유수면법 1조는 ‘공유수면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전·관리하고, 환경친화적인 매립을 통해 매립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민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양양군 쪽은 “백사장에 들어선 건물은 가설건축물로 공유수면법과 건축법 등에 의해 적법하게 건축됐다. 특혜는 없으며, 무분별하게 허가가 나간 것도 아니다. 또 공유수면 허가가 난 모든 곳에 건물이 들어서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원도 양양군 설악해수욕장 백사장에 짓고 있는 건물 모습. 이 건물에는 음식점과 소매점, 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모래 유실로 사실상 해변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남쪽을 제외한 북쪽 해변 백사장의 상당 부분을 이 건물이 차지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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