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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가 날린 ‘1억 독촉장’…입주민들 “제2의 전세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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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가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한 타운하우스 주민들에게 보낸 점용료 납부 독촉장. 이준희 기자 서성철(69)씨는 2016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지은 타운하우스 한채...

한국농어촌공사가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한 타운하우스 주민들에게 보낸 점용료 납부 독촉장. 이준희 기자

서성철(69)씨는 2016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지은 타운하우스 한채를 분양받았다. 은퇴한 서씨는 아내와 갈색 푸들 한마리를 안고 터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날벼락 같은’ 편지를 받았다. ‘입주민들이 도로를 무단 점용하고 있으며 밀린 점용료 1억여원을 내야 한다’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독촉장이었다. 심지어 앞으로 해마다 점용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평온한 노후의 꿈은 이렇게 ‘시한폭탄’으로 변한 것이다.

문제의 출발은 2015년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ㅎ법인은 그해 8월 구거부지 1308㎡의 도로점용허가를 받았다. 구거부지는 오래된 저수지 물길로, 지금은 용도가 폐기된 땅이다. ㅎ법인은 이곳을 타운하우스 진출입로로 쓰면서, 땅 주인인 농어촌공사에 점용료를 내기로 했다.

언뜻 보면 그저 나라 땅 빌려 건축허가를 낸 것이지만, 대신 ㅎ법인은 이 구거부지 덕분에 진출입로조차 없던 ‘맹지’를 노른자위 땅으로 둔갑시켜 인근 터 9000㎡에 타운하우스 20여채를 지어 분양했다. 매출액은 80억원 이상이었다.

ㅎ법인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점용료를 납부했다. 그러나 막대한 수익을 낸 법인은 나머지 돈은 내지 않은 채 2021년 폐업했다. 그러자 농어촌공사는 입주민들에게 점용료를 요구한 것이다. 공사는 “개발업체와 협의해 무단 점용료 납부 및 새로운 사용허가 신청을 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 농어촌공사는 “만약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고발도 할 것”이라고도 했다.

ㅎ법인이 2016년 언론 등에 공개한 타운하우스 조감도.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주민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특히 주민들이 분노하는 건, ㅎ법인 사내이사였던 최아무개씨가 새로운 부동산 회사 ㅇ법인을 차려 기존 타운하우스 인근 부지 1만8000㎡에 새 타운하우스 단지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존 사업자가 200m 거리에서 새 사업을 벌이는데, 공사는 주민들에게 점용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최근에야 두 법인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이들 부동산 업체가 분양자에게 점용료를 떠넘길 생각으로 사업을 벌인 정황도 있다. 현재 새 타운하우스를 짓고 있는 ㅇ법인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우리도 피해자”라며 “두 회사 모두 실제 주인은 따로 있는데, 서울과 경기 등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다가 지난 8월 구속됐다”고 말했다. 구속된 ㅅ씨는 부동산 투자 등의 금전 문제가 얽힌 것으로 전해졌다.

ㅇ법인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타운하우스 부지로 가는 길. 해당 부지는 기존 타운하우스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준희 기자

담당 관할인 수지구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부실한 건축허가가 고스란히 주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지구청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건축허가를 내주는) 우리가 점용료 문제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했다. 반면 농어촌공사 쪽은 “건축허가를 내줄 때 수지구청이 공사에 확인 요청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러는 사이 주민 불안만 커지고 있다. 입주민 서씨는 “입주자끼리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입주민은 “국가 재산이자 부동산인 구거부지에 대한 부실한 관리·감독과 엉터리 행정 때문에 이런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에선 ‘제2의 전세사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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